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헤르만 헤세 -일기장 한쪽 헤르만 헤세 -일기장 한쪽 집 뒤 언덕진 곳에 오늘 나는 뒤엉킨 뿌리들과 자갈이 많은 땅을 파헤쳐 구덩이를 하나 깊숙이 팠다. 그 구덩이로부터 돌을 하나하나 골라냈고 메말라 푸석거리는 흙도 파냈다. 그러고는 한 시간 동안 그 오래된 숲 속의 여기저기에 무릎을 꿇고 손에 삽을 들고 썩은 밤나무 밑둥치에서 그 검고 버슬버슬하고 따뜻한 버섯 냄새가 나는 흙을 파내 두 양동이에 가득 담아 옮겼다. 그리고 그 구덩이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무 주위를 이탄질의 흙으로 잘 감싸주었고, 햇빛에 따뜻해진 물을 살살 부어 뿌리를 씻어주고 진흙으로 부드럽게 메워주었다. 작고 어린 나무는 거기 서 있다, 앞으로도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 사라진 뒤에도, 우리가 사는 날들의 소란스런 위대함과 끊임없는 고난과 그 .. 2021. 12. 9. 허무 허무 아무 것도 없이 텅 빔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한 상태 어떤 것도 쓸데없어 보이고 그 어떤 행위도 쓸모없어 보이는 심리 상태 있어도 없는 것만도 못하고, 없어도 상관없이 지낼 수 있는 상태 세상 모든 일이 소용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마치 그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되는 상태 2021. 12. 8. 오늘 오늘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이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시간의 연속적인 날이 오늘이다. 짧은 과거가 되어버린 시간과 금방 다가올 시간이 이어져있는 그 날이 오늘이다. 바로 몇분 몇시간이면 과거가 되어버릴 시간을 앞둔 상태, 혹은 이미 그 시간을 보내버린 그 날이 오늘이다. 후회가 남는 시간이 다가올 시간을 기대감으로 마주하게 될 시간이 오늘이다. 반대로 좋은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텐션이 고조되며 점점 목을 조르는 시간이 엄습하게 될 그날이 오늘이다. 2021. 12. 6. Christopher Osborne 작가 Christopher Osborne 계절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작가다. 풍경을 주로 그린 작가로 보인다. 다른 작품들을 보면 따뜻한 그림이 많다. 추워지는 계절에 훈훈하게 온기를 불어넣주는 그림이다. 이 작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별로 할 말이 있지 않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볼 수는 있다. 2021. 11. 21. 가을 멜로디 가을은 사계중 가장 좋은 계절이다,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여름내내 공기속을 채웠던 습기가 다 날라가고, 기온은 내려가 활동하기에 적정하다는 것이다. 초가을의 햇살은 피부를 따끔거리게 하지만, 갈수록 햇살은 고와져서 부드럽게 살을 감싼다. 초가을을 예찬하고 찬탄하는 내 감정의 표현이 가을이 주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6개월 정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그럴려면 여름이 짧아지거나 겨울이 짧아져야하는데 이왕이면 여름이 짧아지는 쪽이 내게는 좋다. 2021. 11. 13.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은 막연한 감정이다. 뚜렷한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다보면 그 대상이 그 누군가를 지목하게 되는 순간이 생긴다. 막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리움의 대상이 그/그녀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맞다고 할 수 있거나 틀렸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그리움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감정이 아니기에 감정이 흘러가는데로 바라만 보면 된다. 운전하는 핸들을 꽉 쥐지 않고 앞바퀴가 굴러가는데로 놔두면 되는 것이다. 2021. 10. 31.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55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