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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그린프로폴리스 아주 오래전부터 비염이란 콧병으로 생고생을 하였다. 어머니는 어릴 적 콧물을 달고 사는 나를 가엾게 여기시고 백방으로 알아보며 약방,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셨다. 그러나 한결같이 나의 콧병은 그들의 치료에 저항하였고, 끈질기게 나를 괴롭힐 작정으로 철저히 무장을 하였다. 비염의 괴롭힘을 어느 곳에 가서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지각을 하고 나서는 평생 안고 가야할 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졌다거나 하는 건 조금도 없다. 다만 인정했을 따름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괴롭힘을 담담하게 받아주는 것이고, 그런 다음 욕을 한사발 퍼붓는 것이다. 또 한가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공개된 여러 가지 민간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그린프로폴리스 복용이다. .. 2021. 7. 22.
작두콩차 만성 비염이 있어서 비염에 좋다는 약이나 음식은 찾아서 골라 먹는다. 그중에 하나가 작두콩차인데, 음용한 햇수로는 5년을 넘어가는 듯하다. 그래서 약발을 받았냐, 인데...... 효험이 있다고는, 감히 말하기 어렵다. 하루에 마시는 물을 거의 작두콩차로 마시는 편인데, 그 양으로 치자면 1리터 정도는 될 성 싶다. 효과는 하나 있는 것 같다. 이뇨작용에는 탁월하다. 귀찮을 만큼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그렇다고 전립선에 좋다는 말은 없다. 그런데도 아침부터 오후까지 작두콩차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그 이유는 분명 사라졌기에 적당히 둘러댈 말은 없다. 더운 날에 찬물도 좋지만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일부러 그렇게 마시는 것 뿐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용도로 말이다. 2021. 7. 21.
장마 올해는 비교적 마른 장마라 부른다. 중부지역으로는 장마철 다운 비를 못봤다고 하니 그럴만하다. 남부지방에는 2주 조금 넘게 흐리고 습한, 가끔 비를 뿌리며 레인시즌다운 계절적 특징을 드러냈다. 폭우가 갑작스럽게 내리는 건 아닌지 짐짓 걱정이라도 하는 척, 아예 걱정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장마는 평년보다 짧게 끝이 났다. 작년에 깜짝 놀랬던 장마에 긴장했던 탓인지, 장마가 끝이 났다는 소식이 믿어지지 않았다. 낮에 한차례씩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갈 때마다 이거 장마가 다시 찾아온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는데 그럴만도 하다. 조금은 허무하게 막을 내린 올해의 장마를 겪고나니, 이대로 물러설 장마가 아닐텐데, 하며 아쉬운 마음이라도 생겨나려는 것만 같다. 2021. 7. 21.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 블로그란 곳에 글을 쓰게 되면 어떤 한가한 사람이 웹서핑을 하다가 가끔 코가 꿰어 들어오게 되는 경우 말고는(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들렀다가 바로 나감) 일부러 찾아와서 글을 읽는 이는 없다.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극히 드물기도 하다. 우리는 손 안대고 코풀 수 있는 방법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를 찾는다. 줄글을 읽는 것보다 유튜브로 내용을 전달하는 영상을 보는 것이(하필 또, 유튜버들은 알아듣기 쉽게 설명도 잘 해준다) 훨씬 편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아늑하고 편한 걸 찾아 기대는 습성이 있다. 이렇게 안정을 찾는다는데 뭐가 잘못되었다며 따질만한 일은 아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현존하는 현대 작가의 그림을 보고픈데 이런 갈망을 어느 블로그나 카페에서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해.. 2021. 7. 15.
글쓰기 예전부터 사람들이 읽기 시작하자마자 짜증을 유발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말장난 같은 아니 글장난으로 유치한 짓을 하고 싶은 생각에 매료되어 깊이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짓궂은 장난으로 가장 택하기 쉬운 방법은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글이다. 平凡한 午後였다. 이 時間은 무언가를 하기에는 適切한 것이 없다. 元來부터 事物에 대한 慧眼이 없는 나로서는 일의 選擇에 있어서도 賢明한 判斷을 내려 決定을 내린 적이 없었다. 凄凉한 模樣으로 冊床 위에 올려져 있는 電話機에 손을 뻗는다. 唯一하게 番號를 외우고 있는 女子 親舊에게 電話를 건다. 우리가 쓰는 말에 한자어가 많은 걸 악용한 사례다. 한자를 훈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발생하여 이런 글 따위에 시선을 놔두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 2021. 7. 15.
<1일1글> 냉면 냉면을 먹다 입술을 깨물었다. 붉은 피가 국물에 떨어져 초장이라도 흘린듯 뻘겋게 피어난다. 혀로 입술을 훔치니 비린 맛이 난다. 차가운 냉면에 비린 맛.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랫 입술에 찍힌 이빨 자국과 상처입은 입술의 통증만 무시할 수 있다면 모르고 먹어도 상관없을 듯 싶다. 날씨가 더운 날에 자주 찾게 될 냉면. 달라붙은 냉면을 먹을 땐 특히 조심하세요. 입술까지 깨물어 삼킬려는 탐욕스런 당신의 이빨에 경계심을 풀지 마세요. 2021.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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