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15

허리 한 번 펴보며 허리 한 번 펴보며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 글을 보고 글을 쓰는 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렇다. 오래 앉아있다보면 허리에 무리가 가진다. 당연 허리가 아프고, 어깨, 목까지 통증이 올라온다.이럴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한 번 펴본다. 2024. 5. 8.
검은 개 검은 개   검은 개가 주인으로 보이는 한 사내와 함께 있다.  개 주인은 한껏 목을 위로 내밀며 뽐내고 있다. 자신만만한 포즈다. 검은 개는 그냥 주인 옆에 앉아있다. 너무 검어서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 원래 개는 눈 흰자가 적어서 기분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개의 한쪽 눈은 오늘따라 주인이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하다. 개 주인은 한 손에 담배 파이프를 들고 있다. 멋이란 멋은 다 동원하였다.등 뒤로는 잘 읽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책까지 놓여있다. 그 당시의 상류층은 책과 담배를 가까이 했을 터이니 이런 소품들을 준비해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검은 푸들로 보이는 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귀족의 집 마당에 애완견으로 키웠을만한 품종이다. 이런 다양한 소품들과 그림 속 사내의 폼을 .. 2024. 5. 7.
뜻대로 되지 않는 삶 뜻대로 되지 않는 삶한 여인이 힘이 겨울 정도로 염소의 목끈을 잡아 당기고 있다.염소는 이에 질세라 반대방향으로 몸을 틀어 버티고 있다. 여인과 염소.각자 가고자 하는 곳이 다르다.누구의 잘못인가.어떤 생물이 더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목줄을 잡아당길수록 염소 목의 핏줄이 곤두 선다. 목이 졸려 숨이 막혀올 것 같다.염소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염소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여인은 고집 센 염소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여인과 다른 순한 염소가 향하는 곳은 언덕배기다.내려가는 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염소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르막길을 싫어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힘들게 길을 걷고 싶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른다. 먹을게 없고 힘이 .. 2024. 4. 30.
피터르 브뤼헐 <웨딩댄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3. 25.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자화상을 그린 작가의 작품을 보는 건 매우 흔한 일은 아니다.소위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까.그리고 그 작품들을  남기고 싶어할까. 뒤러는 아마도 그런 쪽인 것 같다.이십대 후반에 자신의 모습을 그렸고, 사실보다 자신을 잘 그린 것처럼 보여진다. 물론 진짜 모습을 본 적도 없고, 그 시절은 사진으로 남길 수도 없는 16세기 초반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작가는 은연중 자신을 분위기 있게 표현하고자 의도한 게 느껴진다.정면을 향하게 구도를 잡은 것은 자신감의 한 표현일까.정면은 얼짱 각도가 아니다. 화가라면 이런 각도 쯤은 계산했을 터인데 말이다. 가슴쪽에 대고 있는 손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손을 살짝 오므리고 위로 향하게 배치한 것은 자.. 2024. 3. 22.
불안 말을 할까, 말을 하지 말아야할까, 같은 말을 두고 주저한다. 망설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다. 익숙해져버린 초조함. 초조함은 불안감으로 물든다. 같은 이름을 중얼거린다. 그 이름은 그 사람이 된다.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눈 앞에 다가온다. 이름을 몇 번씩 소리를 내어 말한다. 내 목소리가 떨린다.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마냥 불안하다. 불안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불안을 '불안'이라고 적는다. 불안한 심리를 글로 적어보면 조금은 나아질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공책에 쓰여진 불안은 내가 느꼈던 불안과 대치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활자화된 불안이란 글자는 불안이란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조금도 불안은 잠잠해지려 하지 않는다. 불안이란 글자가 점점 불안하게 다가온다. 불안 두 글자.. 2024. 3. 14.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