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873 한순간 한순간이다. 방심하는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되어 돌아온다. 자신만만 해 오던 일이 자만하게 되면 실수가 된다. 2020. 8. 30. 언덕위에 집 언덕에 집이 있고 언덕에서는 파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데, 바다를 향해 나있는 길에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바다로 가야하는 길에 하는수 없이 꽃들을 볼 수 밖에 없고 꽃들을 지겹게 보는 내내 한움큼 꽃대를 꺾어 바닥에 패대기치거나 허공에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뙤약볕에서 걷는 길이 힘들어 단숨에 바다 위로 날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를 상상하며 걸음을 재촉하기도 할 것 같다. 2020. 8. 30. 기다리다 기다린다. 누군가를. 누군가는 그 누구를 정해놓은 게 아니다. 불특정 누군가다. 막연한 대상이다. 오랜 기다림이지만 누군가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다. 2020. 8. 30. 걷는다 나란히 걷는다. 한 줄로 걷는게 아니다. 누가 앞에 가는 게 아니다. 누가 뒤에 서서 따라오는 게 아니다. 서로 보폭을 맞춰 걷는다. 한 사람이 발이 빨라지면 다른 한 사람은 빠른 걸음에 맞춰간다. 한 사람이 발이 느려지면 다른 한 사람은 느려진 걸음에 맞춰 걷는다. 나란히 걷는 걸음은 목적지까지 이어진다. 2020. 8. 30. 오찬 르누아르, 뱃놀이 일행의 오찬, 1881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재미난 시간이다. 거기에 연애까지 하고 있다. 모두들 즐겁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이제 막 말을 트고 대화가 시작된 연인도 보인다. 말이 잘 통해 어느 정도 관계의 진척을 보이는 연인도 보인다. 어느 테이블에는 지루한 이야기에 따분해진 한 여자가 와인을 들이키는 모습도 보인다. 시선은 먼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자리에서 뜰 기회를 엿보는 게 틀림없다. 부부로 보이는 한 쌍도 보인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아내는 맞은 편 호남형의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개를 안고 있는건 시선을 숨기기 위해서다. 두 눈동자는 남자의 건장한 상체를 훑어보느라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날 정도다. 아내의 남편도 매 마찬가지다. 모임의 초.. 2020. 8. 29. 소나기 한여름에는 가끔 소나기가 내린다. 워낙 갑작스러워서 우산을 받지 못하고 비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일기예보에 소나기까지 예보가 되는 데도 말이다. 소나기의 연기에 사람들은 속는다, 속아준다. 소나기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빨리 구름들을 모아 비를 뿌릴 태세를 갖춘다. 잔뜩 구름이 하늘에 껴 있는데도,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데도 태연하게 사람들은 걸어간다. 비가 오면 비를 맞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구름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배려심을 발휘하며 번개의 섬광으로 사전 경고를 알린다. 아직 거리의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읗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창틀이 흔들리고 건물과 건물사이에서는 천둥소리의 여운이 머무르다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 2020. 8. 29. 이전 1 ··· 109 110 111 112 113 114 115 ··· 146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