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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

소나기

by soodiem 2020. 8. 29.

 한여름에는 가끔 소나기가 내린다. 

워낙 갑작스러워서 우산을 받지 못하고 비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일기예보에 소나기까지 예보가 되는 데도 말이다. 

 소나기의 연기에 사람들은 속는다, 속아준다.

소나기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빨리 구름들을 모아 비를 뿌릴 태세를 갖춘다. 

잔뜩 구름이 하늘에 껴 있는데도,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데도 태연하게 사람들은 걸어간다. 

비가 오면 비를 맞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구름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배려심을 발휘하며 번개의 섬광으로 사전 경고를 알린다. 

아직 거리의 사람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읗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창틀이 흔들리고 건물과 건물사이에서는 천둥소리의 여운이 머무르다 사라진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을터이다. 

구름에서 쏟아붓는 빗물이 대지에 부딪히며 물이 고이기까지는 불과 몇 분이었다. 

사람들은 뛰거나 건물입구에서 비를 피한다.

급히 뛰다가 돌부리에 걸리거나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이들은 없다.  

도로 연석에서 내려올 때 발을 잘못 디뎌 몸이 기우뚱거리는 아줌마는 있었다. 

물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바퀴에서 튀어오른 물살이 버스 정류소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물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퀵 서비스 오토바이는 어느 때와는 달리 더 활기차 보인다. 

유난히 더 마음이 급해 보인다. 신호는 무시하라고 있는 것 같다. 

소나기는세상에 활력에 불어넣어주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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