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873 한낮 한 낮에는 카페 테라스에서 차 한 잔을 홀짝이면서 책을 건성건성 보는 척하며 한눈 파는 짓을 해야 시간을 잘 보내는 것만 같다. 2020. 10. 15. 오지은 <작은 자유> 오지은 졸음을 찾아오게 하는 노래다. 졸음은 아무 때나 오기도 하지만, 또 아무 때나 졸립지는 않다. 그러나 이 노래는 아무 때나 졸립게 할 수 있는 노래이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졸을 수 있다. 2020. 10. 13. 하지마 그는 내게 말한다. 그 어떤 말도 하지도, 그 어떤 글도 쓰지도, 그 어떤 행위도 하지 마라 한다. 그는 단지 내가 가만히 있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의 말과는 다르게 무슨 말을 해야할 것 같고, 그 어떤 글이라도 써야할 것 같으며, 그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야할 것만 같았다. 그는 나의 이런 속마음을 읽었는지, 제대로 읽었는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나의 저돌적인 행위를 저지하려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2020. 10. 13. 칼 기분이 좋지 않아 어떻게 이 감정을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칼이 식탁에 놓여있는게 보였고 그래서 칼의 효용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묘안을 궁리하게 되었다. 2020. 10. 7. 인상 왼쪽 아랫배가 아파서 양손을 번갈아가며 쓰다듬어주었으나, 그 정도 갖고는 어림없다는 듯이 아랫배의 통증은 여전했으며, 아니 통증이 더욱 부각되었다. 안정을 취해보려 침대에 누웠으나 아픈 부위가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살짝 인상이 구겨졌는데 애초부터 사람을 끌지 못하는 인상이 더 흉하게 구겨졌을게 틀림없었다. 2020. 10. 1. 남녀 근처에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남녀의 목소리는 내 기분을 건드렸고, 좋지못한 기분으로 남녀를 찾으려하였지만 내 시야에서 그 남녀는 사라진듯 보이지 않아 더 기분이 상해있었는데, 그 와중에 쏟아지는 가을 햇볕을 받고 눈이 부셔 눈을 뜰 수가 없어서 나로서는 어쩌할 줄 모른채 길 한 가운데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2020. 10. 1. 이전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46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