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959 반격 물을 마시려고 물을 담는게 아니다. 컵에 물을 채우고나서 짝다리 짚고 있는 털보놈에게 뿌려버릴 작정인 것이다. 감히 내게 물을 떠오라고 명령 짓을 하는 털보놈은 털이 많다는 이유로 어른 행세를 해왔고, 그동안 나는 그의 건방짐을 너그러이 봐주며 지내왔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와의 상명하복식의 관계에 염증이 났고 더이상 참고 지낼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터라, 기회를 틈타 그에게 반격을 가하고 싶었다. 2020. 10. 15. 한낮 한 낮에는 카페 테라스에서 차 한 잔을 홀짝이면서 책을 건성건성 보는 척하며 한눈 파는 짓을 해야 시간을 잘 보내는 것만 같다. 2020. 10. 15. 오지은 <작은 자유> 오지은 졸음을 찾아오게 하는 노래다. 졸음은 아무 때나 오기도 하지만, 또 아무 때나 졸립지는 않다. 그러나 이 노래는 아무 때나 졸립게 할 수 있는 노래이고,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졸을 수 있다. 2020. 10. 13. 하지마 그는 내게 말한다. 그 어떤 말도 하지도, 그 어떤 글도 쓰지도, 그 어떤 행위도 하지 마라 한다. 그는 단지 내가 가만히 있어주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나는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의 말과는 다르게 무슨 말을 해야할 것 같고, 그 어떤 글이라도 써야할 것 같으며, 그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야할 것만 같았다. 그는 나의 이런 속마음을 읽었는지, 제대로 읽었는지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나의 저돌적인 행위를 저지하려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쏘아보기 시작했다. 2020. 10. 13. 칼 기분이 좋지 않아 어떻게 이 감정을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마침 칼이 식탁에 놓여있는게 보였고 그래서 칼의 효용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묘안을 궁리하게 되었다. 2020. 10. 7. 인상 왼쪽 아랫배가 아파서 양손을 번갈아가며 쓰다듬어주었으나, 그 정도 갖고는 어림없다는 듯이 아랫배의 통증은 여전했으며, 아니 통증이 더욱 부각되었다. 안정을 취해보려 침대에 누웠으나 아픈 부위가 더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살짝 인상이 구겨졌는데 애초부터 사람을 끌지 못하는 인상이 더 흉하게 구겨졌을게 틀림없었다. 2020. 10. 1. 이전 1 ··· 117 118 119 120 121 122 123 ··· 160 다음 728x90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