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림, 음악 에세이873 <1일1글> 냉면 냉면을 먹다 입술을 깨물었다. 붉은 피가 국물에 떨어져 초장이라도 흘린듯 뻘겋게 피어난다. 혀로 입술을 훔치니 비린 맛이 난다. 차가운 냉면에 비린 맛.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랫 입술에 찍힌 이빨 자국과 상처입은 입술의 통증만 무시할 수 있다면 모르고 먹어도 상관없을 듯 싶다. 날씨가 더운 날에 자주 찾게 될 냉면. 달라붙은 냉면을 먹을 땐 특히 조심하세요. 입술까지 깨물어 삼킬려는 탐욕스런 당신의 이빨에 경계심을 풀지 마세요. 2021. 7. 14. 결점 참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봄으로써 참는 능력을 길러보고자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이 큰 일에는 크게 흥분하거나 성을 내지는 않지요. 오히려 작은 일에 실망하고 분노하게 됩니다. 소소한 일에는 도화선의 심지가 짧은 이치인 셈이지요. 단, 미성숙한 존재라는 말은 삼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태껏 지내 오면서 성숙하게 완숙된 인격체는 보질 못했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정도의 차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너무나 쉽게 불이 붙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그럴려면 단련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참는 노력이 시급한 사항처럼 가장 먼저 갖춰야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멍청한 소릴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참는 것만이 문제의 솔루션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 2021. 7. 13. 한가한 오후 한가한 오후였다. 한가롭기로는 여느 날과 다를 게 없는 동일한 질감의 한가로움이었다. 한가롭다고 해서 마음에 근심 걱정 없이 태평한 것은 아니다. 잠시 세상 시름을 잊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떠안고 가거나 껴안고 가야 하는 마음의 짐인 것이다. 구름시 소설 일부. 2021. 7. 13. 정영문 <검은 이야기 사슬> 정영문 , 1998, 문학과 지성사 정영문 작가가 현재 2021년까지 소설이란 장르로 출간한 책중 가장 짧은 이야기로 구성된 초단편소설집이다. 이야기는 초단편이기 때문에 매우 짧다. 그래서 여기서의 이야기도 짧게 쓰고 마친다. 2021. 7. 12. 정영문 <겨우 존재하는 인간> 정영문 , 1997, 세계사 정영문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물론 이 책에는 두편의 소설이 수록되어있다. 그 중 첫번째 소설이 책 제목으로 달은 이다. 두번째 작품은 중편으로 볼 수 있는 이다. 무엇보다 1997년에 읽었을 당시에는 너무나 내게 충격적인 소설이었다. 장 폴 사르트르의 를 읽었을 때 보다 더 신선한, 사무엘 베게트의 를 읽었을 때 보다 더 재밌는, 그런 소설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존의 기성작가들이 썼던 소설들은, 참으로 재미없고 식상한 문장들이었음을 이 소설 한권으로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정영문 작가의 독특한 사고법으로 조합된 문장은 언어의 유희를 불러일으킬만큼 읽는 재미가 있다. 전체적인 소설의 이야기나 주제 같은 것은 그야말로 참혹한 수준이다. 그러나 작가는 전통적인 소설이 갖는 스.. 2021. 7. 12. 시에스타 한낮이 되면 때가 됐다는 듯이 졸음이 몰려온다. 마땅히 누울 자리는 집이 아닌 이상 그런 장소가 미리 마련 되어 있을리 없으므로 참 불편하게 졸음을 맞이한다. 의자에 앉은 상태로 졸게되니 고개가 꺾이거나 고개를 아래로 떨구게 된다. 잠깐 졸았는데 목이 아프다. 이렇게 조는 것은 할 짓이 못된다, 라고 매번 속으로 되뇌인다. 그러나 다음 날이 되면 하는 수 없이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존다. 2021. 7. 12. 이전 1 ··· 78 79 80 81 82 83 84 ··· 146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