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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 가을날의 꿈' 욘 포세 ' 가을날의 꿈' '가을날의 꿈' 은 희곡의 대본이다. 대본의 대화는 압축적이며 함축적인 면도 있다. 마치 노래 가사처럼 들릴 수도 있고, 시를 읊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것은 듣는 청자 혹은 읽는 독자의 자유다. 노래 가사나 시가 그렇듯이, 여백이 있고 그 여백안에는 여운이 감돈다. 배우가 뱉는 말들은 무대의 텅 빈 공간안에서 맴돈다. 그것은 곧 객석에 앉아있는 청중에게로 옮겨진다. 그것을 무드, 필링이라 달리 말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무대의 장면이 떠올랐을 뿐이지, 이 희곡의 공연을 본 건 아니다. 대본을 읽으면서도 그런 감정이 이입될 수 있었다는 건, 욘 포세의 글이 힘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파워풀한 힘의 성질은 아니지만, 은근히 감정을 젖어들게 하는 필력을 소유했다. 어렵게 글을.. 2024. 2. 16.
비내리는 날에는 비가 내리는 날이다. 꼭 이런 날에는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그는 녹색 대문 앞에 서성거리고 있다. 녹색 대문집은 그가 알고 있는 집이다. 그 집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를 그는 알고 있다. 그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가 그 녹색대문을 열고 나오는 걸 본 적은 없다. 그가 알고 있는 그 누군가가 그 녹색대문으로 들어가는 걸 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그 누군가가 그 녹색대문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누군가는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잘 알고 있다는 말은 그가 그 사람의 얼굴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사람의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생긴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의 얼굴에서 조화를 이루는 그것들을 인상이 남도록 그의 기억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동그랗게 큰 얼굴에 .. 2024. 2. 14.
Why Don't We ‒ Big Plans Why Don't We 'Big plans' 와이돈위, 미국의 남성 5인조 그룹이다. 지금은 와이돈위 이름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이미 2022년에 해체됐다. 지금도 아마 멤버들 모두 20대로 알고 있다. 젊은 친구들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잘 하든 못 하든간에, 힘이 느껴진다. 힘을 받으면 더 좋겠지만. 2024. 2. 14.
2. [마지막편]욘 폰세 <아침 그리고 저녁> 제2장 2. [마지막편]욘 폰세 제2장 제2장 시작부터 요한네스가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장에서 우렁차게 울음소리를 내며 태어났던 요한네스가 2장에서는 벌써 죽음을 앞둔 노인으로 변해있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이제 막 마지막 임종의 순간에 들어섰다. 제1장의 아침은 탄생을 의미하고, 제2장의 저녁은 죽음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요한네스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몸은 어쩌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생각과 상상은 자유롭기만 하다. 요한네스의 눈앞에는 이미 생을 달리한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먼저 떠난 아내 에르나가 보이고, 살아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 페테르도 보인다. 그리고 근처에 살고 있는 막내 딸 싱네도 보인다. 바다가 보이고, 바다에는 배가 떠있다. 배 안에는 막 잡은 게로 가득하다.. 2024. 2. 14.
Connie Talbot <Good to me> Connie Talbot 모처럼 음악을 올려본다. 음악은 일상 속에서 늘 함께한다. 그러나 귀에 착 달라붙는 음악을 만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때에 맞는 음악이 있을테다. 그 날의 기분, 그 날의 날씨, 그 날의 상황 등이 음악을 들리게 혹은 음악이 들리지 않게 한다. 그렇다면 오늘은 어떤 날이 될런지. 2024. 2. 8.
2. 잠들기 전에 영화 한 편씩 2. 잠들기 전에 영화 한 편씩 1. 알라스카 대지진(2015) 재난영화이면서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가족이 재난을 겪게되면서 가족애의 진면목을 뜨겁게 보여준다. 아빠의 믿음직스런 모습,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고전적인 부모의 모습이지만, 요근래의 영화에서 느껴보기 어려운 부성애와 모성애를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첫째인 딸. 반항적이며 자아가 강한 이미지를 첫째에 맞게 부여했다. 둘째는 아들인데, 아빠의 모습을 닮으며 따라하는 아들의 이미지를 잘 그렸다. 2. 숄트(2010)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연기라. 뜨악하기만 하다. 뛰어가다 넘어지면 어디 하나는 그냥 부러질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용케 멀쩡하다. 스파이들의 반전을 그린 영화인데, 개연성이 부족하다. 3. 더 벙커(2023) 이 영화 역시 여자배우가.. 2024. 2. 6.
1. 욘 폰세 <아침 그리고 저녁> 제1장 1. 욘 폰세 제1장 어촌 마을의 한 시골집에 한 아이가 태어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남자아이라고 부부와 산파가 알게 되었을 때부터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 요한네스라는 이름은 아이의 할아버지 이름과 같았으며, 이 아이의 아빠는 미리부터 어부가 될 거라고 장담하듯 말했다 1장에서의 내용은 이게 전부다 산파(안나)가 출산을 돕기 위해 올라이집에 와 있고, 아이아빠(올라이)는 초조하게 산파와 산모 주변에 서성인다. 아이를 낳은 아이 엄마(마르타)는 피곤한 몸으로 침대에만 누워있다, 아이는 이제 막 세상에 속하기 위해 작은 몸집으로 큰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정도로 1장에서는 간단하게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고, 앞으로 요한네스의 비중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시작부터 아이의 출생 장면이 .. 2024. 2. 1.
6.[마지막편] 욘 포세 <멜랑콜리아2> 375~514쪽까지 읽고 6.[마지막편] 욘 포세 375~514쪽까지 읽고 멜랑콜리아1이 1995년에 출간됐다. 그러고나서 1년 뒤에 멜랑콜리아2 가 출간됐다. 즉 이 말은 처음부터 한권의 책으로 출간된 게 아니란 얘기다. 멜랑콜리아2는 1편의 속편이 된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멜랑콜리아2는 1과 내용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분명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작가의 허구성이 매우 진하게 배어있다. 2에서는 라스의 누나 입으로 이야기가 풀어진다. 라스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라스의 누나는 나이가 든 노년이다. 치매가 있고, 다리가 불편하고, 오줌을 속옷에 지린다. 그러나 라스의 누이는 라스와 함께 지냈던 지난 일들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너무나 생생하여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여겨.. 2024. 1. 30.
욘 포세 <어느 여름날> 욘 포세 은 책표지의 타이틀 에 수록된 한편의 희곡이다. 욘 폰세는 유럽에서 희곡 작가로 더 유명하다. 노르웨이판 사뮈엘 베게트란 말도 종종 듣는다. 희곡을 잘 쓰는 작가란 얘기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쓴 소설에도 희곡 냄새가 난다. 직접 그가 쓴 희곡 대본을 읽는 것도 재미날 것 같아서 한권의 책을 골랐다. 바로 3편의 희곡,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겨울' 묘하게도 계절과 관련된 제목들이다. 봄만 빠진. 각각의 희곡은 길지 않다. 100쪽 내외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운문형식을 띄고 있어서 책 페이지의 여백이 많다. 술술 읽힌다. 또 한가지는 욘 폰세의 독특한 문체, 동어반복이 많다는 점. 음악에서 론도형식처럼 처음에 했던 말을 도돌이가 되어 다시 반복되고, 그러면서 새로운 살을 붙여나가는..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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