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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마지막편] 욘 포세 <멜랑콜리아2> 375~514쪽까지 읽고

by soodiem 2024. 1. 30.
6.[마지막편] 욘 포세 <멜랑콜리아2> 
375~514쪽까지 읽고


 멜랑콜리아1이 1995년에 출간됐다.

그러고나서 1년 뒤에 멜랑콜리아2 가 출간됐다. 즉 이 말은 처음부터 한권의 책으로 출간된 게 아니란 얘기다.

멜랑콜리아2는 1편의 속편이 된다. 

처음부터 계획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멜랑콜리아2는 1과 내용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분명 라스 헤르테르비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작가의 허구성이 매우 진하게 배어있다.

2에서는 라스의 누나 입으로 이야기가  풀어진다. 

라스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라스의 누나는 나이가 든 노년이다. 

치매가 있고, 다리가 불편하고, 오줌을 속옷에 지린다. 

그러나 라스의 누이는 라스와 함께 지냈던 지난 일들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너무나 생생하여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여겨진다. 

누이는 라스 말고도 남동생 쉬버트가 있다.

쉬버트는 이제 막 숨을 거둔 동생이다. 

쉬버트가 거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누이를 찾았다.

쉬버트의 아내 시그네가 누이를 부르러 갔지만, 누이는 치매 증상 때문에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린다. 

찾아간다고 하였지만 중간에 다른 일들이 생긴다.

누이가 잘 알고 지내는, 그러나 정확히 어떤 사이인지 치매 때문에 헷갈리는 알리다가 집에 찾아와 커피를 마시고 집안을 치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의 주식인 생선을 고양이가 반토막을 먹어 다시 생선을 구하러 생선집으로 가거나, 갑자기 요기가 마려워 작은 집(똥간)에 들러 아래에 힘을 주기도 한다.

언덕을 오를 때는 다리 통증이  심해져 다른 것들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만든다. 그러는 사이에 오줌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 속옷을 적신다. 그럴때마다 라스를 데려간 신에게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푸념한다. 

여하튼 언덕을 오르다 시그네를 다시 만나게 된다. 

시그네는 누이에게 서둘러 쉬버트에게 가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쉬버트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시그네는 누이에게 동생의 마지막 바람도 무시한 몰인정한 사람이라며 쏘아붙였다. 

누이는 다시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외벽에 하얀 페인트가 예쁘게 칠해진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누이는 작고 예쁜 자신의 집을 떠올리며 다리 통증이 가시기를 바랐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오줌이 나올 것 같았다. 아니 똥이 나올 것만 같았다. 

서둘러 발을 옮기려했지만, 그녀의 발은 마음처럼 빨리 움직여주지 않았다. 

누이는 한 손에 덜렁거리는 생선을 들고 구부정하게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작은집을 향해 한 발 한 발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집에 들어서자 라스가 선물로 준 그림이 벽에 붙어있는게 보였다. 

누구나 그릴 만한 수준의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이었다. 

낙서처럼 무의미하게 보였던 그림이 오늘따라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누이는 점점 숨결이 차분해지더니 갑자기 너무나 피곤해졌다.

온몸이 축 늘어짐과 동시에  평온함이 찾아왔다. 

그때 라스의 그림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누이는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평온함에 몸을 맡기며 벽에 몸을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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