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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운동 말하기 귀찮아질 때 내가 어떤 말을 하여 입을 열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막상 그런 생각은 내 입을 쉽게 열 수 없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말할 만한 생각이나 의지가 없다면 입을 운동시켜야할 이유를 갖을 수 없다. 2011.9.29. 2020. 4. 24.
숨소리 너는 나로 말미암아, 나는 너로 말미암아 호흡한다. 가뿐 숨을 몰아쉴 때 너는 숨을 고르고, 내가 죽은듯이 숨을 쉬고 있을 때 너는 숨가쁘게 심장질을 하고 있다. 하나가 아닌데 하나가 된 것처럼 숨을 쉬는 우리 둘은 떨리는 숨소리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이, 호흡의 일정량을 서로 나눠 갖는다. 허파를 차오르게 하는 이 뜨거운 열기는 혹은 너에 관한 나의 마음이, 간혹은 나에 관한 너의 마음이, 이따금은, 동시에 떠오르는 서로에 대한 잔상과 잔영들이 가슴 밑바닥부터 차올라, 폐부 깊숙한 데까지 파고들어가는 기억의 몸부림들이 되어 그것들이 가끔은 숨을 멎게 하는 것만 같다. 2004.10. 2020. 4. 24.
안개 길을 걷고 있었지. 내 발걸음은 마치 발주인의 기분따윈 상관하지 않고 신바람이 난 것처럼 앞사람들을 막 제끼며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다녔어. 나는 내 발걸음이 하는데로 내버려두었어. 내 발따위가 나를 어떻게 할지 두고보고 싶었어. 나를 수렁같은 곳에 데려간다해도 내 발걸음에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 내가 방귀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도저히 빨라지지 않는 몸체인데도, 있는 힘껏 다해 달려가려는 방귀차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그런 생각을 들게하였어. 나는 발걸음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상체때문에 몹시 불편하기도 했어. 뒤로만 제껴지는 바람에 내 발걸음이 상당히 애를 먹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까지 들었어. 조금이라도 발걸음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육상선수들처럼 팔을 앞뒤로 휘저.. 2020. 4. 24.
매력 인간의 매력은 자신을 성찰하며 알지 못한 것들과 깨우치지 못한 것들을 배우는 데에 있다. 2004. 3. 21. 2020. 4. 24.
말문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서 입안에서만 머뭇거리는 말들은 나의 용단있는 결단을 내리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혀위에서만 맴돌고 꼭 그런 기분은 내 머리칼을 쥐여뜯는 것과 같아서 결국은 아무말도 못하게 말문을 막아버리게 한다. 2003. 11. 26. 2020. 4. 24.
가을초입 하늘은 맑아 내 마음의 티끌을 비추는 듯 하다. 바람은 서늘하여 내가 가진 불온한 생각들의 불씨를 위태롭게 한다. 서서히 바닥에 나뒹굴게 될 나뭇잎의 정체는 곧 시들 것 같은 내 마른 영혼을 미리부터 보는 것 같다. 우두커니 서있는 것들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개념없는 생각들은 나를 성찰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2003. 11. 2020.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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