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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326

검은 개 검은 개   검은 개가 주인으로 보이는 한 사내와 함께 있다.  개 주인은 한껏 목을 위로 내밀며 뽐내고 있다. 자신만만한 포즈다. 검은 개는 그냥 주인 옆에 앉아있다. 너무 검어서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 원래 개는 눈 흰자가 적어서 기분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개의 한쪽 눈은 오늘따라 주인이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하다. 개 주인은 한 손에 담배 파이프를 들고 있다. 멋이란 멋은 다 동원하였다.등 뒤로는 잘 읽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책까지 놓여있다. 그 당시의 상류층은 책과 담배를 가까이 했을 터이니 이런 소품들을 준비해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검은 푸들로 보이는 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귀족의 집 마당에 애완견으로 키웠을만한 품종이다. 이런 다양한 소품들과 그림 속 사내의 폼을 .. 2024. 5. 7.
뜻대로 되지 않는 삶 뜻대로 되지 않는 삶한 여인이 힘이 겨울 정도로 염소의 목끈을 잡아 당기고 있다.염소는 이에 질세라 반대방향으로 몸을 틀어 버티고 있다. 여인과 염소.각자 가고자 하는 곳이 다르다.누구의 잘못인가.어떤 생물이 더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목줄을 잡아당길수록 염소 목의 핏줄이 곤두 선다. 목이 졸려 숨이 막혀올 것 같다.염소는 왜 이러고 있는걸까.염소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여인은 고집 센 염소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여인과 다른 순한 염소가 향하는 곳은 언덕배기다.내려가는 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염소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르막길을 싫어했을지도 모를 일이고,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쓸데없이 힘들게 길을 걷고 싶지 않아서 였을지도 모른다. 먹을게 없고 힘이 .. 2024. 4. 30.
피터르 브뤼헐 <웨딩댄스>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3. 25.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자화상을 그린 작가의 작품을 보는 건 매우 흔한 일은 아니다.소위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까.그리고 그 작품들을  남기고 싶어할까. 뒤러는 아마도 그런 쪽인 것 같다.이십대 후반에 자신의 모습을 그렸고, 사실보다 자신을 잘 그린 것처럼 보여진다. 물론 진짜 모습을 본 적도 없고, 그 시절은 사진으로 남길 수도 없는 16세기 초반이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작가는 은연중 자신을 분위기 있게 표현하고자 의도한 게 느껴진다.정면을 향하게 구도를 잡은 것은 자신감의 한 표현일까.정면은 얼짱 각도가 아니다. 화가라면 이런 각도 쯤은 계산했을 터인데 말이다. 가슴쪽에 대고 있는 손모양도 예사롭지 않다. 손을 살짝 오므리고 위로 향하게 배치한 것은 자.. 2024. 3. 22.
불안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4. 3. 14.
졸졸졸 좁은 수로로 물이 흐른다. 수로는 물이 흐르는 걸 뭐라 하지 않는다. 물은 수로를 따라 아래로 흘러간다. 물은 그 길로만 가야하는 것처럼 흘러간다. 흘러간 물은 다른 물과 합류되어 어느 곳에 이르게 될지 모른다. 흐르는 물은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르는 것만 같다. 수로는 흘러가는 물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짧은 순간에 바닥을 훑고 지나가는 물에게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란게 애당초 없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그 둘 사이에 침묵이 있을 것 같지만, 흐르는 물은 졸졸졸 소리를 낸다. 아주 가까이 귀를 대고 있어야 들리는 소리다. 물이 불면 그 소리는 더 작아진다. 물의 덩치가 커지니 무게 있게 움직인다. 그래서 졸졸졸 소리는 침묵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졸졸졸 흘러가는 물소리를 수로라서 해서 싫어하지.. 2024.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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