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마지막편] 무라카미 하루키 <1Q84> 3권 31장 덴고와 아오마메
콩깍지 안에 든 콩처럼

드디어 마지막편까지 왔다.
결말을 정리해야하는 때를 맞았다.
장편소설의 어려움이랄까.
읽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야한다.
끈기가 필요하고, 집념이 따라야한다.
아니면 중간에 그만둘 수 있는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 완독하려면 다소 도가 넘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집요함이 있어야한다.
<1Q84> 연재의 시작은 2023. 11. 18.부터다.
지금까지 16개월이 걸렸다. 1년 4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는 마지막편을 써야한다.
끝내야한다는 아쉬움이 먼저 다가온다.
결국은 여기까지 왔군, 하는 심정으로.
그래서 어쨌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정리해야하는 입장으로.
언제나 그렇지만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자 한다.
둘은 택시에서 내린다.
둘이 내린 곳은 아오마메가 1Q84의 이상한 세계로 진입하게 된 수도고속도로 비상계단이다.
아오마메는 1Q84 세계로 들어왔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원래대로 정상적인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덴고는 아직 그런 상황들을 알지 못한다.
아오마메는 9월에 처음 계단을 내려갔던 당시의 옷차림으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기에 계절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그러나 아오마메는 그 당시와 같이 똑같이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차가운 난간을 붙잡고 계단을 오르면서 아오마메는 오쓰카 다마키를 생각하고, 나카노 아유미를 떠오른다.
이미 세상에서 상실되어버린 그녀들을 기억에서 호환하여 자신에게 도움을 주라고 마음 속으로 호소한다.
수직의 사다리를 마침내 다 올라서자, 도로 바깥쪽으로 향한 평평한 통로가 이어져 있다.
아오마메는 계단을 다 올라선 덴고가 바로 등뒤에 다가와 있는 것 을 확인하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는다.
덴고의 손은 따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세계에서 빠져나가려면 이 계단이 반드시 고속도로로 통한다고 진심으로 믿어야한다며 아오마메는 자신을 스스로 타이른다. 우리 두 사람을 위해, 그리고 이 작은 것을 위해.
몇 분 뒤에 아오마메는 계단을 다 올라서서 철책을 뛰어넘는다.
철책 너머에는 자동차 두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대피 공간이 나온다.
거기에서는 호랑이 그림이 있는 광고판이 보인다.
고속도로는 전과 마찬가지로 지독히 정체되어 있다.
그녀의 뒤를 따라 덴고도 철책을 타넘는다.
"그래서, 우리는 무사히 다른 세계로 나온 걸까?" 덴고가 입을 연다.
"아마도." 아오마메가 말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은 하늘에서 달을 찾는다.
달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구름에 가려 있다.
구름이 걷힌다면 광고판 위에 달은 보일 것이다.
문득 아오마메는 깨닫는다.
광고판의 호랑이 측면얼굴이 달라져 있음을.
처음의 기억으로는 호랑이 측면은 오른쪽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왼쪽 측면이다.
호랑이 얼굴이 반전되어 있다. 내 기억이 확실할까, 아오마메는 그녀의 몸 안에서 뭔가가 역류하는 듯하다.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윽고 구름이 걷히고 달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다.
달은 하나였다. 항상 익숙하게 보던 노랗고 고고한 달이었다.
'우리는 1984년으로 돌아왔다.' 아오마메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녀는 몸의 힘을 빼고 믿어야 하는 것을 믿기 위해 덴고의 넓은 가슴에 몸을 기댄다.
덴고는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되지?, 하고 묻는다.
둘은 정체중인 수도고속도로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택시를 잡아서 탄다.
그리고 아카사카에 있는 호텔로 들어가 달이 보이는 방을 요구한다.
호텔 창문밖으로도 달은 하나였다.
아오마메는 달을 바라보며 아랫배에 가만히 손을 얹고 그곳에 작은 것이 깃들여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곳이 어떤 세계인지, 아직 판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진 세계이건 나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라고 아오마메는 생각한다.
이 세계가 나름의 위협이 있고, 위험이 숨어 있어도 우리는 이곳에 머물 것이다. 수수께끼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이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어두운 길을 앞으로 수없이 더듬어가야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오마메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 하나뿐인 달을 가진 이 세계에 발을 딛고 머무는 것이다.
덴고와 나, 그리고 작은 것, 셋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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