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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무라카미 하루키 <1Q84> 3권 27장 덴고

by soodiem 2025. 3. 27.
76. 무라카미 하루키 <1Q84> 3권 27장 덴고
이 세계만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3권 27장 덴고편.

덴고는 이른 아침에 전화를 받는다.

수요일이었고 아침 8시 조금 전이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아오마메라는 이름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덴고는 기억하고 있다고 답한다.

상대는 아오마메에 관해 관심이 있냐고 묻는다.

덴고는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상대는 아오마메의 전언을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오늘 밤 7시 미끄럼틀에서 만날 수 있는지 묻는다.

덴고는 좋다고 말한다.

상대는 가져가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으면 들고 와달라는 말을 전한다.

다만 양손은 자유로와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상대는 시간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전화는 틈을 두지 않고 끊어진다.

 

 덴고는 생각한다. 이미 아오마메는 덴고를 알고 있었을 거라고. 

미끄럼틀에 앉아있었을 때 아오마메는 어딘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20년 넘게 본 적은 없었지만 아오마메는 자신을 단번에 알아보았다는 얘기가 된다.

덴고는 가방을 챙긴다.

가방안에 현금, 통장, 은행카드, 아버지가 남겨준 예금통장과 가족사진 등을 넣었다.

그리고 여섯시 반이 되자 덴고는 숄더백을 어깨에 메고 나간다.

어린이공원에 도착한 시간은 일곱시 7분 전이다.

덴고는 미끄럼틀 위에 올라간다.

저번처럼 난간에 기대어 앉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방향성을 잃는다.

 

문득 정신이 들었을 때 곁에서 누군가 자신의 오른손을 꼭 쥐고 있었다.

덴고는 눈을 뜨지 않는다.

덴고는 그 손을 기억하고 있다.

이십 년 동안 한 번도 그 감촉을 잊은 적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대략 오분쯤.

아오마메가 드디어 입을 연다.

'덴고' 그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목소리로 '눈을 떠'라고 말한다.

이어서 '달이 보여' , 라고 아오마메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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