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그는 온몸이 젖어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외면한다.
그는 언제나 내 체중만큼의 무게를 나를 위해 지탱해주고 있지만,
나는 그의 고마움이 정녕 다가오지 않는다.
나는 오늘 내리는 이 비를 창을 통해 바라보면서 새삼스럽게
그의 고마움이 코끝에 찡하게 느껴지지 않는걸 이상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그가 하는 일이 당연한 일쯤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도 당연히
내 체중을 떠받쳐주는 일을 부담되는 일로 여기지 않는 듯 하다.
나는 내일도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너의 의무가 내게 또 하나의 감상을 불러일으키겠구나,라고 생각하겠다.
2003.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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