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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290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페루에 거의 다 가서 죽는다, 는 말이 맞겠다. 철새들은 먼 여행을 때가 되면 떠난다. 그런 계절이 돌아오면 철새들은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찾아갔던 곳을 다시 돌아간다. 해마다 겪는 일이다. 살기 위해 떠난 곳이다. 죽기 위해 떠난 장소는 애당초 아니다. 그러나 살기 위해 떠난 그 곳에 죽는다, 는 것은 죽을만하니까 죽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찾아간 곳이지만, 지치고 힘이 빠지면 그곳에 죽게 되는 것이다. 이상할 게 없다. 얼마나 자연스런 일인가. 죽음은 자연스런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죽음이 아니라면. 희망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하는 일은 비단 사람만이 갖는 자유결정권이 아니다. 강아지도, 고양이.. 2023. 1. 4.
보도섀퍼 <돈> 보도섀퍼 이란 책을 읽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투자를 쉬어야 할 때 경제서적을 뒤적거리며 다음을 준비하거나, 마음을 정진하는데 시간을 소요하는 일이 크게 시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역시 책을 읽는 것은 무언가 이문을 남기는 장사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거 같기도 하다. 이 책에서 보도섀퍼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이런 점이다. 1.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책임있게 행동하라. 요즘 현대인들은 병약하기 짝이 없다. 문제가 틀어지면 변명하고 탓하기에 바쁘다. 결과에 책임지는 행동은 보기 어렵다. 비단 현대인들만 국한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정치인들을 보면, 혹은 기업가들을 보면,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내 주변을 돌아봐도 그렇다. 보도 섀퍼는 말한다.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만 부자가.. 2022. 12. 13.
무라카미 하루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이 책은 일본의 모 잡지사의 주간지에 연재된 짧막한 에세이 글이다. 하루키는 이 잡지의 주고객이 젊은층의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도시적 감각이 묻어있는 일상의 토픽을 갖고 글을 썼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 어쩌면 작가가 의식적으로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실만을 갖고 썼는지 모르지만, 20년이 더 지난 지금에 읽어도 한물간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2. 11. 23.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 2004, 문학동네 하루키의 처녀작이다. 동시에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운이 좋은 작가다. 첫 작품으로 상까지 받았으니. 이 소설은 앞으로 전개되는 하루키 소설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잠깐 모습만 비친 소재들은 나중에 더 풍성한 이야기로 찾아온다.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하루키 소설의 모태라고 본다. 훗날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새로운 소설로 동태되는 걸 보면 말이다. 양념소스가 이 소설에 모두 들어가 있는 셈이다. 하루키는 이 소스를 하나씩 꺼내어 새롭게 쓰여진 소설에 뿌린다. 양념은 아주 감칠맛이 나서, 어느 소설에 뿌려도 잘 어울린다. 이 수제 양념은 하루키의 강점이다. 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맛이 살아있는 걸 보면. 2022. 11. 15.
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27페이지까지 읽고 정영문 27페이지까지 읽고 이번 소설은 모든 문단을 한 문장으로 구성하려는 시도가 소설의 읽기 어려운 수준을 더 어렵게 만들어 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우리말(한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가 가능한 수준의 문장을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재기발랄함으로 재창조 되어진 문장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런 한계점은 애당초 작가가 모든 문단을 한 문장으로 쓰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그 이유를 처음부터 몰랐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27페이지까지 읽고 난 느낌은 작가는 시작부터 문장들로 구성된 문단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문장이, 즉 모든 문단이 지루한 루프안에서 겉돌며 맴도는 기분이고, 어쩌면 이것이 반.. 2022. 11. 7.
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2022년 정영문 작가의 새 장편소설이다. 2018년작 다음으로 4년만이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던가. 정영문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말이다. 어떤 이는 소설계의 개그라고 말한다. 재치든 유머든, 개그든 듣고 싶었다. 물론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마다 한결같이 옹알옹알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하는 짓이 우스꽝스럽다. 밑도 없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독백. 혹은 망상. 이번 새소설 책 제목마저 프롤로그 에필로그다. 시작이 끝이요, 끝이 시작이다는 뉘앙스다. 즉, 시작도 끝도 없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애당초 시작을 의미하는 사건이 있을 리 만무하고, 또 제대로 된 시작을 하지 않았으니 에필로그가 마땅히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여튼 글은 .. 202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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