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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

불안

by soodiem 2024. 3. 14.

말을 할까, 말을 하지 말아야할까, 같은 말을 두고 주저한다.

망설임은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다.

익숙해져버린 초조함.

초조함은 불안감으로 물든다.

같은 이름을 중얼거린다.

그 이름은 그 사람이 된다.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눈 앞에 다가온다.

이름을 몇 번씩 소리를 내어 말한다.

내 목소리가 떨린다.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마냥 불안하다.

불안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불안을 '불안'이라고 적는다.

불안한 심리를 글로 적어보면 조금은 나아질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공책에 쓰여진 불안은 내가 느꼈던 불안과 대치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활자화된 불안이란 글자는 불안이란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조금도 불안은 잠잠해지려 하지 않는다. 

불안이란 글자가 점점 불안하게 다가온다.

불안 두 글자가 불안한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것만 같다.

불안은 부피를 늘리며 나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다.

불안은 이미 나를 포위해버렸다.

불안은 나를 지워버릴 것만 같다. 

그 사람의 이름을 되뇐다.

그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나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을 묵묵히 응시한다.

두 눈 중에 한 쪽눈이 촉촉해진다. 

불안은 촉촉해진 눈가의 눈물로 희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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