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무라카미 하루키 <1Q84> 3권 16장 우시카와
유능하고 참을성 있고 무감각한 기계
3권 16장 우시카와편.
3권의 절반쯤에 거의 다다르고 있다.
3권에서 우시카와라는 인물은 한 챕터를 차지할 만큼 분량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관계에 다리역할을 해줄지는 모르겠다.
아마 그런 역할이 아니라면 우시카와의 비중이 커질리 만무하다.
물론 후카에리가 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카에리는 언제나 그렇듯이 암시만 해줄 뿐 더이상의 선을 넘어서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덴고와 아오마메가 만나는, 혹은 둘의 존재를 서로가 직접 확인하게 될 때가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이 될텐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종결로 가기 위한 부스터의 역할은 당연 우시카와가 하지 않을까.
우시카와는 덴고와 같은 아파트의 방을 빌려 일안식 카메라를 갖고 창밖의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현관을 드나드는 주민들의 얼굴을 한 사람도 남김없이 모두 외워버릴 정도다.
어느 날, 야구모자를 쓴 소녀가 아파트 현관으로 나오는 걸 목격한다.
우시카와는 본능적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세 번 누른다.
우시카와는 처음 보는 소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소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시카와는 기억의 기능을 풀가동 시킨다.
그리고 돌연, 그 소녀는 후카다 에리코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시카와는 서둘러 옷을 입고 소녀가 걸어간 쪽으로 뛰었다.
우시카와는 이 소녀의 뒤를 밟는 건 그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후카에리는 신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후카에리가 볼 일을 마치고 다시 아파트 현관안으로 사라진 뒤, 한참 틈을 두었다가 우시카와도 안으로 들어갔다. 담배를 한대 피우고, 미네랄워터를 마셨다.
그런 후 후카다 에리코가 다시 아파트 현관 앞에 나타났을 때는 오후 4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시카와는 재빨리 카메라를 잡고 소녀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마치 그 소리를 알아들은 것처럼 후카에리는 카메라 쪽을 바라보았다.
우시카와의 얼굴을 지그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우시카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시카와는 위장한 자기 모습이 후카에리에게 보여질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후카에리는 현관 앞에 서서 우시카와가 잠복하고 있는 방향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한참을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했다.
후카에리는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은밀히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고, 우시카와는 생각했다.
후카에리는 돌연 몸을 틀듯이 돌아서다니 빠른 걸음으로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우시카와는 역 앞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에서 작은 전기 스토브 하나를 샀다. 방에 들어와서는 전기스토브를 켜고 벽에 기대앉아 짧은 잠을 잤다.
그러자 난데없이 노크 소리가 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NHK수금원이었다. NHK를 보건 안보건 텔레비젼이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한다고 크게 떠든다.
인기척이 계속 없자, 가까운 시일에 다시 오겠다고 말한다.
우시카와는 그 수금원이 아파트 현관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출입구는 오직 한 군데다.
그러나 삼십분 동안, 아파트 현관을 드나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뒤로 더 시간을 두고 현관을 감시했다.
그래도 수금원은 나오지 않았다.
우시카와는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수금원은 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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