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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5. 욘 포세 <멜랑콜리아1> 335~372쪽까지 읽고

by soodiem 2024. 1. 29.
5. 욘 포세 <멜랑콜리아1> 335~372쪽까지 읽고


 라스는 정신병원의 마지막 장면을 뒤로 하고 사라지며, 시간은 1991년으로 멀찍이 흘러간다. 1991년은 욘 폰세 작가가 아마도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심을 하고 자료를 찾던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러나 멜랑콜리아1이  1995년에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나의 이런 추측이 꼭 사실무근이 아닐 확률도 있다. 

하여튼 1991년으로 시간이 흐르고, 비드메라는 소설가가 등장한다.

비드메 작가는 국립 미술관에 걸린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보르그외위섬' 그림을 보고 왈칵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는 인생 최대의 경험이라 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리고 라스의 그림에 관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 대목에서는 소설 속의 작가 비드메가 욘 폰세 작가 자신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비드메는 이런 신성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다 전화번호부를 찾아 노르웨이 교회 소속의 사제로 대상을 정했고, 마침 전화통화가 된 사제를 만나러 빗속의 길을 걷는다. 

노르웨이 교회의 사제 집 앞의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열린 문으로 너무나 젊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소유한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사제가 보였다. 

비드메는 안으로 들어가 마리아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비드메는 마리아라는 사제가 실질적으로 사제가 될 생각도 없고, 현재 사제로 일하는 교회에 소속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 말을 듣는다. 

비드메는 혼란을 겪는다. 그가 생각했던 사제는 깊은 지식과 현명함을 지니고 겸손한 태도를 갖춘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리아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감과 용기로 충만하고 그토록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갖는 사람들은 종교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삶에 확신을 가질 수 없기에 종교에 귀의한다. 확신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빛을 향해 열린 공간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이 책 369쪽)

이런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확실히 작가의 생각을 비드메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비드메는 사제의 집 밖으로 나온다. 마리아는 언제든지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비드메는 마리아의 말을 되뇌인다. 그리고 내 발로 찾아가는 일은 없을거라고 혼잣말한다. 

비드메는 그저 자신의 작업실에 앉아 매일 글을 쓰리라고 다짐한다.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신의 자비를 구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신의 자비가 필요하다고.(이 책 372쪽)

이 말을 마지막으로 비드메의 등장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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