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로 부족함 없는 김밥(경주 교리김밥)
국수는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요리 수준으로까지 취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국수를 집에서 해먹을려면 보통 손이 가는 게 아니다.
먼저 국수를 삶아야 되고, 익었다 싶으면 꺼내서 찬물로 비벼 씼어야 된다.
전분 가루를 씻겨내고 쫄깃한 면발을 얻으려면 거쳐야할 필수과정이다.
육수는 어떠한가.
멸치 아니면 디포리로 육수를 내는데,
대충 손대중으로 물의 양만큼 적당히 덜어서 끓인다.
(개인적으로는 멸치와 디포리가 섞인 육수를 괜찮게 생각한다.)
여기서 끝이라면 다행이랄까.
국수위에 올릴 고명까지 고려해야한다.
호박, 당근과 계란지단을 빠른 시간안에 만들어내야한다.
국수를 삶을 때 해야하는 작업이다.
이 정도 기술한 것만으로 국수가 어느 수준쯤 완성되는 것이다.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국간장이 필요하고 심심한 국물맛을 살릴 다진 마늘을 비롯하여 시원한 맛을 내는데 대파가 필요하고 때로는 양파가 조금 필요할 수도 있다.
기호에 따라 참기름 한 방울도 떨어뜨릴 수도 있고, 아니면 단맛의 끝맛을 살려 낼려면 매실액 몇 방울을 첨가하면 좋다.
국수가 완성되어 그릇으로 옮길 때, 참깨가루를 살짝 뿌려서 맛나 보이게 할 수도 있다.
글로 써도 국수 요리는 엄청난 요리가 된다.
국수는 결코 간단한 요리가 아니다.
김밥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특별한 재료로 구성하여 만든 김밥으로 김밥 경쟁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가게들을 더러 본다.
일반 김밥을 표준적인 맛으로 기준을 세운 뒤, 개성있는 김밥들을 먹어보면 다들 맛이 있다.
먹어볼만한 맛이고, 가끔 먹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경주의 교리김밥은 얇게 부친 계란을 지단처럼 길게 잘라서 김밥 속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밖에 당근, 햄, 우엉, 오이, 단무지가 심심하지 않게 들어가 있다.
밥의 양보다 재료의 양이 많아서 김밥 옆구리가 터지기 쉽다. 젓가락으로 김밥을 집어 올려서 입안으로 넣는 성공 횟수가 많지 않다.
계란이 주요 메인이기 때문에 계란 특유의 냄새가 난다. 개인적으로 이 냄새를 좋아라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음식의 시작은 냄새라 했고, 냄새가 좋으면 반절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원래 김밥이란 음식이 향이 좋을리야 없겠지만, 계란향이 지배하는 교리김밥은 식욕을 자극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
지난 6월말에 문을 닫은 전주 오선모김밥이 생각난다. 내 입맛에는 이 집이 낫다.
처음에는 상호없이 상산고김밥으로 이름이 알려지다가 오선모김밥으로 이름이 붙여진 김밥집인데 이 집은 얇게 채썰은 당근이 속재료의 메인이다.
당근의 맛과 향을 잘 살린 김밥이다.
이제는 맛볼 수 없다. 6월 30일자로 영업을 완전 종료했기 때문이다.
'여행, 문화 에세이 > 여행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맛이 없을 때 죽 한그릇 (3) | 2023.09.25 |
---|---|
맑은 가을하늘 아래 라이딩 (0) | 2023.09.24 |
이열치열, 뼈다귀탕으로 땀을 빼다(부안 양촌리식당) (0) | 2023.07.29 |
쇼유라멘 한그릇 (2) | 2023.07.04 |
소바 한그릇 (3) | 2023.07.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