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rre Edouard Frere(1819-1886,프랑스)
소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하늘을 본다.
소녀는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틀에 부서셔 내리지 않아도 좋고, 검게 그을린 구름이 눈앞을 채워도 좋았다.
단지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이 있어서 좋았다.
오늘의 하늘은 먼발치에서 밀려오는 구름들 때문이라도 한낮에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날씨에는 우산을 챙겨가는게 좋을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며 현관문에 기대어있는 우산에 손을 뻗었다.
아니나다를까 오후가 되더니 하늘의 구름이 낮아지고 두터워지면서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우산을 폈다.
우산살 한쪽이 망가져 있었지만 비를 피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집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들어섰을 때 한 소년의 눈과 마주쳤다.
소녀는 소년에게서 눈을 재빨리 피하긴 했어도 그 잠깐사이에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갑작스런 비에 어쩌할줄 모르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비를 맞는게 싫은 얼굴이긴 했다.
소년은 소녀를 향해 소녀의 발걸음보다 빠르게, 그리고 소녀보다 넓은 보폭으로 소녀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러고는 하필 소녀의 우산살이 망가진 쪽으로 슬쩍 고개를 들이밀었다.
소녀는 소년의 당돌한 행동에 당혹스러워면서 부끄러웠는지 시선은 정면에만 붙박아놓은채 묵묵히 발걸음만 내딛었다.
소년도 자신의 행동이 쑥쓰러웠던지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엉거주춤 소녀의 발에 맞춰 걷기위해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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