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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33. 무라카미 하루키 <1Q84> 2권 8장 덴고

by soodiem 2024. 8. 19.
33. 무라카미 하루키 <1Q84> 2권 8장 덴고
슬슬 고양이들이 올 시각이다

2권 8장 덴고편.

 일주일 전 야스다라는 사람이 불쑥 전화를 걸어 아내는 이미 상실 되었고 두 번 다시 덴고에게 찾아갈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우시카와는 덴고와 후카에리는 둘이 한 팀이 되어 사고 범죄적인 병원균의 메인 캐리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덴고에게 말했다. 

 밤중에 걸려온 그 두 통의 전화를 끝으로 더이상 어느 누구도 덴고에게 연락해오지 않았다. 

하루하루 흘러갔다. 

덴고는 주오선 상행 쾌속열차를 탔다. 

어디로 간다는 정처도 없었다.

그저 플랫폼에 들어온 전철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덴고 자신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깨닫는다. 

무의식적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거였다는 걸.

마음이 무겁기는 했다.

덴고에게 아버지란 호의를 가졌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현재 덴고의 아버지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지쿠라 요양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덴고는 아버지를 찾아가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전적으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요양소 간호사를 따라 아버지가 머무는 방으로 갔다.

아버지는 창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덴고를 알아보지 못한다. 

덴고는 당신의 아들이라고 말하지만, 덴고 아버지는 처음 보는 사람마냥 예의 바른 어조로 대답한다. 

덴고는 다시 한번 '저 덴고예요, 당신 아들요.' 라고 말한다.

덴고 아버지는 '나한테는 아들이 없어.' 딱 잘라 말한다. 

덴고는 숨을 삼키고 잠시 할말을 잃는다.

덴고 아버지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한다. 

덴고는 아버지에게서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심문하듯 질문한다.

  - 당신은 나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아니다.

  -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신게 아니다. 

  - 어머니는 당신에게서 떠났다. 나를 남겨놓고. 아마 다른 남자와 함께. 

 덴고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여전히 표정 없는 눈으로 덴고를 바라만 봤다.

아버지는 덴고에게 뭔가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책장에 꽂혀 있는 어떤 책이든.

덴고는 자신이 챙겨온 문고본 <고양이 마을>을 읽어도 되냐고 묻는다.

상관없다고 덴고 아버지는 답한다. 

이야기의 끝까지 다 듣고 나서, 덴고 아버지는 공백이 생기면 누군가가 와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덴고는 묻는다. '그럼 당신이 남긴 공백을 대신 채우는 건 누구죠?'

덴고 아버지는 간결하게 '너지.' 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를 낳은 여자는 이제 어디에도 없어.' 라고 말한다. 

덴고는 '내 아버지는 누구죠?' 라고 묻는다.

'그냥 공백이야. 네 어머니는 공백하고 관계해서 너를 낳았어. 내가 그 공백을 채웠어.'라고 덴고 아버지는 말한다.

'그럼 나는 공백 속에서 나온 거예요?' 덴고는 묻는다.

이후 아버지의 대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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