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1.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다시 읽기 전(1)

by soodiem 2023. 8. 2.
칼 세이건 <코스모스>, 다시 읽기 전(1)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란 책은 90년대 대학생이라면 보통 대학 1학년 때 처음 접했을 거라 생각한다. 

교양서적이라고 교수들이 추천해 준 이유만으로 읽기가 싫어진 케이스도 있을테고, 리포트 과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써야하는 상황에서 진지하게 의미를 두지 않고 키워드만 뽑아 대충 정리하여 제출한 적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코스모스>라는 책을 좋아했었지만, 남들처럼 많은 의미를 두지는 못했다. 인터넷이 없던 당시에 희귀한 우주사진이 실린 이 책은 우주의 시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정말 새까맣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검은 공간에 초롱초롱 밝게 빛나는 별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호감이 외연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결국 무관심의 영역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었다. 

 당시의 나는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에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점차 사실로서 증명되는 과학의 가설들이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현실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꽤 오랬동안 교회를 다녔고, 그 세계에서 신실한 교인은 아니었어도, 은연중 우주의 창조와 생명의 탄생에 대해 신의 개입성을 믿어오고 있었던 터라, 이런 모든 사실들을 전복시키는 과학의 세계는 놀라움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 종교의 근본주의자들은 새롭게 부상한 뉴에이지 운동에 대해 신성모독이라며 욕했고, 세기말의 종말 현상이라며 인간중심의 사상들을 거부하고 있었다. 

 뉴에이지 정신에는 인간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여 우주적 차원, 즉 우주의 일원으로 다가가는 생각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바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있었고, 종교가 이를 비난하는 행위는 마치 17세기 갈릴레이의 종교재판이 재현되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이러한 종교-과학간의 최후대립이 20세기말에 있었으며, 두 세력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무관심으로 보류를 선택해버린 나자신이었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스모스>라는 책을 의미있게 바라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사실은 대학생이 되어서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이 두꺼운 책을 붙들고 있는데 훼방을 놓고 있기도 했다. 

 

320x10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