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헤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21, 디플롯
인류의 종들중에서 최종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게 된 이유는 협력의 문화, 협력적 의사소통 덕분이라고 브라이언 헤어는 말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겪은 네안데르탈인의 몰락은 그들의 공격성과 사회성 부족으로 빙하기 시기를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두뇌가 작고 근육이 발달하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던 것은, 자기가축화1)를 통한 친화력 진화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1)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 :
야생종이 사람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에서 외모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간에게도 사회화 과정에서 공격성 같은 동물적 본성이 억제되고 친화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흔히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을 보자.
반려견들의 조상은 야생늑대의 한 부류들이었다.
친화력이 있고 겁이 많은 일부 야생늑대들은 인간주변에서 얼쩡거렸다.
인간이 버린, 혹은 인간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점점 인간의 생활속으로 들어갔다.
이 늑대의 선택은 자발적인 것이다.
이것을 자기가축화라고 말할 수 있다.
세대를 거치면서 가축화된 늑대개들은 오늘날 주인과 교감을 나누는 반려견이 되었고, 야생늑대들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협력과 소통이 특정한 관계나 집단에서만 발휘될 때, 이질적인 집단간에는 갈등이 증폭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낳는 원인을 비인간화라고 말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인간화로 규정하고 편견적인 대우를 하게 되면, 그런 대우를 받은 다른 한쪽은 자신들을 무시한 그 집단을 똑같이 비인간화로 규정짓는다.
그것을 보복성 비인간화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적대시하고 경계하는 사이의 사회, 집단, 국가간에 분쟁의 수준이 높아질 때는 곯았던 갈등이 폭발하고 전쟁이란 형태로까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제노포비아(타인공포증, 이방인혐오증)의 감정을 이용한 특정집단이 제노사이드2)의 현상(예를 들면 나치당의 홀로코스트,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2)제노사이드(Geno-cide) : 인종, 이데롤로기, 종교 등의 대립으로 다른 구성원을 대량 살해하는 행위
이러한 엇갈리는 인간의 행동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사회적으로 행동할 때 유전자가 보유한 협력과 경쟁의 상반되는 행동 양태를 모두 나타낸다.
이것은 인간이 유전자로부터 프로그램된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다정하고 따뜻한 품성이 인간 관계에서 유대감과 친밀감을 쌓아 공생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진화생물학의 긍정적인 측면들이 앞으로도 인간이 진화하는데 꺼지지 않는 등대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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