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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6장

by soodiem 2023. 8. 14.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제6장 
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는다

 

1. 울트라 마라톤

  제6장에서는 하루키씨가 100킬로를 달렸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100킬로를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기분도 그렇지만 그 심경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100킬로를 달리는 동안 몸의 여러 부분에서 고통이 찾아온다. 

몸의 각 부분이 번갈아가며 들고일어나서 자신들의 통증을 소리 높여 호소한다고 작가는 표현했다. 

그리고 비명을 울리고, 불평을 늘어놓고, 사정을 호소하고, 경고를 해댔다, 고 말한다. 

100킬로를 달린다는 일은 미지의 체험이고, 모두 각기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또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나의 순수한 기계다.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다.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말한다. 

지치면 걸을만도 한데, 하루키씨는 자신이 세운 규칙-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해도 걸을 수는 없다-을 지키고자 한다. 

'만약 저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172쪽)

이렇게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달린다. 

그 사이 100킬로중 75킬로는 슥 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아무것도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도록 하자, 라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팔을 앞뒤로 흔들며, 다리를 한 발짝씩 앞으로 내딛기만 하는 자동적인 존재로 변해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있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조차 머릿속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175쪽)

나는 달린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형이상적인 영역에 이른다.(175쪽 중간쯤)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든다. 그것은 매우 고요하고 고즈넉한 심정이었다. (177쪽)

달리면서 의식 같은 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닌 것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상태를 고취시키며 장거리 레이스의 결승점에 들어선다. 

서서히 성취감 같은 것이 이제야 생각난 듯이 가슴속에 북받쳐 오른다. 기쁨과 안도감을 느낀다. 

울트라 마라톤을 마치고 며칠 뒤에는 정신적 허탈감이 찾아온다. 

달린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이전처럼 자연스런 열의를 가질 수 없게 되어버린 듯 하다. 

이런 상태를 슬럼프라고 불린다. 

슬럼프는 다시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순수한 심정으로 돌아가 마라톤 풀코스를 위해 매일매일 달리는 거리를 쌓아가고 있다. (184쪽)

 

2. 글쓰기에 관한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마도 그렇듯이 나는 쓰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문장을 지어 나가면서 사물을 생각한다. 

쓴다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사고를 형성해간다. 

다시 고쳐 씀으로써 사색을 깊게 해나간다. (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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