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장]28.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26장
마지막장까지 왔다.
마지막장은 의외로 짧다.
2쪽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꽉찬 2쪽이 아니라 1쪽 분량에 가까운 2쪽이다.
작가는 마지막장에 여운을 주고 싶었나보다.
그 뒷 이야기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끝을 내버렸다.
그렇다면 끝을 독자에게 맡겼으니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마지막장에서는 홀든이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이제 마무리짓는 식으로 서술한다.
홀든은 자신이 '여기'라고 부르는 곳에 있다.
'여기'에는 정신분석가가 있다.
1950년 이전의 시대이니 정신분석가가 있는 병원이라면 정신병원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홀든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요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피비와의 약속을 지키고 집으로 들어왔던 홀든은 부모와 D.B형, 피비의 권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로 한다.
그리고 홀든은 여기로 와서 지난 날들을 회상한다.
누구나 시간이 많아지면 지나갔던 일들을 돌이켜 생각한다.
그러나 홀든은 지난 과거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들려주는 걸 좋아한다.
말을 해야만 속이 풀리고 마음이 진정되는 타입이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훌훌 털어내야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그리고 홀든은 자신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한다.
점점 홀든은 마음에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자신이 했던 이야기에 등장했던 사람들을 보고 싶어한다.
심지어 자신이 비난했던 이들마저 보고 싶다고 말한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사람들과 학교생활이 그리워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직은 어떤 학교에 가야하는지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학교에서 경험했던 그 모든 사실들을 인정하고 수용할 마음가짐은 되어 있지 않다.
만약 학교에 돌아가면 노력을 할 거냐는 의사의 질문에 홀든은 그저 멍청한 질문으로 받아들인다.
학교로 갈건지 말건지 아직 정하지도 않았는데 학교에서 어떻게 할 건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는 거다.
답은 모른다, 라고 홀든은 말한다.
이 소설의 뒷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모른다, 이다.
홀든이 학교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는
모른다, 이다.
아직 10대인 소년에게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홀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10대들이 그렇다.
소년- 홀든에게 다가올 미래는 소년-홀든 자신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방향은 달라진다.
물론 소년들마다 저마다의 주어진 환경은 다를 수 있다.
그 환경에서 벗어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도 여러 선택이 있을 수 있고, 그 선택권은 소년-홀든의 의지에 달려있는 건 분명하다.
방황, 반항, 외로움, 사랑, 우정 등 10대 시절에 홍역처럼 겪는 성장통은 분명 홀든을 이전과 다른 정신적 성숙의 단계에 이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 어린 꼬마들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는 파수꾼의 꿈도 지키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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