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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3

일기예보 비가 내린다고 했던 일기예보가 3일간 계속해서 어긋났다. 용케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는 않았다. 3일 모두 오후에 들면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소나기라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산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만약 소나기가 내린다면 창밖으로 소나기가 내리는 요란한 풍경을 잠시 감상하면 되었다. 그런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비 맞을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실컷 농락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상청은 내일 또 비소식을 알리고 있다. 믿어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는 갈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일도 나는 우산을 챙겨가지는 않을테다. 2021. 6. 24.
Richard van Mensvoort, 찾아올 장마 레인시즌에는 우산을 잃어버릴 마음 각오를 해야한다. 아침에 준비해간 우산은 오후에 갑자기 갠 하늘을 만나게되면 굽어진 손잡이에 잡히는 손은 같지 않게 된다. 그래서 우산은 때론 공유물이 된다. 누군가 놓고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우산을 집어가는 작자가 있기 때문이다. 소유권에 대한 무개념 덕분에 우산은 전혀 엉뚱한 곳에 가있게 된다. 혹여 운이라도 좋으면 돌고 돌아 제자리에 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우산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주인 잃은 우산은 그렇게 지내다 장마철이 끝나게 되면 같은 처지의 우산들과 함께 끈으로 묶여 나무밑 그늘에 잠시 놓여지다 사라지게 될 것이다. 2019. 6. 22.
[Pierre Edouard Frere] 비오는 날 함께 걷기 Pierre Edouard Frere(1819-1886,프랑스) 소녀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하늘을 본다. 소녀는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틀에 부서셔 내리지 않아도 좋고, 검게 그을린 구름이 눈앞을 채워도 좋았다. 단지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이 있어서 좋았다. 오늘의 하늘은 먼발치에서 밀려오는 구름들 때문이라도 한낮에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 날씨에는 우산을 챙겨가는게 좋을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며 현관문에 기대어있는 우산에 손을 뻗었다. 아니나다를까 오후가 되더니 하늘의 구름이 낮아지고 두터워지면서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우산을 폈다. 우산살 한쪽이 망가져 있었지만 비를 피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집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들어섰을 때 한 소년의 눈과 마주쳤다. 소녀는 소년에게서 눈을.. 2018.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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