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무라카미 하루키 <1Q84> 2권 24장 덴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동안에
2권 마지막장, 24장이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다.
빨리 속도감있게 읽지 못한 탓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직도 1권이 더 남았다.
결국은 이 소설을 완독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막바지에 이르면 제법 속도는 붙게될지도 모른다.
덴고는 아버지가 있는 요양소로 간다.
아버지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덴고는 아버지의 병실에 들어가 최대한 말을 걸어보겠다고 간호사에게 말한다.
도쿄로 돌아가는 특급열차를 타는 시간까지는 곁에 있을 수 있다고 덴고는 말한다.
덴고는 뭔가 말을 걸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말을 해야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덴고는 우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해보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자세를 흩뜨리는 일 없이, 반듯하게 누운 채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오후 5시 30쯤,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어떤 검사를 해야한다며 아버지를 검사실로 데리고 갔다.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간호사는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덴고는 잠시 아래층 식당에 내려가 따뜻한 녹차를 마시고 올라왔다.
그 사이에 아버지가 남기고 간 침대의 우묵한 자리 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하얀물체가 놓여있었다.
'공기번데기다.' 덴고는 퍼뜩 깨달았다.
소설에서 그는 그것을 문장으로 상세히 상상하여 묘사했다. 공기번데기는 그가 머릿속에서 그렸던 모습과 매우 닮아있었다.
덴고는 공기번데기의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 틈새를 들여다봤지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덴고는 틈새에 손가락을 넣어 양쪽으로 벌렸다.
공기번데기는 소리도 없이 쉽게 열렸다.
공기번데기 안에는 아름다운 열 살의 소녀가 들어가 있었다.
소녀는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
덴고는 한눈에 그 소녀가 누구인지 알았다.
'아오마메'
공기번데기는 서서히 광채를 잃으며 저녁 어스름 속에 스며들듯이 사라졌다.
덴고는 속으로 '나는 반드시 너를 찾아낼 거야.' 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그리고 곧장 특급열차에 올라 도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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