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빈대떡은 아니지만 호떡을 해서 먹은 적이 있다.
어머니는 반죽을 만들고 형제들은 반죽을 뜯어 손바닥에 넓적하게 편 다음 흑설탕을 숟갈로 떠서 속을 채우고, 나는 흑설탕에 욕심을 너무 부려 프라이팬에 올려놓기도 전에 속이 터지는 경우를 일으키곤 했었다- 석유곤로 앞에서 호떡을 부쳐먹은 기억이 떠오른다.
호떡은 겉보다 속이 더 뜨거웠는데, 그래서 호호 불어서 먹어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호떡을, 그 사실을 알면서도 빨리 먹으려는 조급함에 입속에 집어넣어놓고 한동안을 어쩔줄 모른채, 눈을 동그랗게만 뜨고 형제의 눈만 빤히 쳐다보고 웃었던 아니 울었던, 아니 웃픈 장면도 있었다.
호떡은 어렸을 적에 먹은 최고의 간식으로 남아있는데, 지금도 가끔 호떡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런 거 같고, 맛은 그 당시의 맛은 아니지만 역시 추억의 맛은 되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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