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몇 달 남지 않은 달력을 섭섭해하기라도 하듯 11월말 답게 추위가 모처럼 찾아왔는데, 12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실감나게 사람들이 추위에 좀 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선지 아침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추위의 기세는 한낮에 들어서 무기력하게 시들어버렸고, 겉의 웃옷을 벗고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 소리에 그만 기가 눌려 꼬랑지까지 내렸다.
추위는 저녁에 다시 고개를 내밀고 옷깃을 세우게 하였는데 아직까지는 추위라고 부르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었고, 오늘 추위는 아마도 더 사나운 추위를 몰고 오기 위해 염탐하러 온 것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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