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좋은 글쓰기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1.쉽고 친근하게 쓴다.
2.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쓴다.
3.짧고 간결하게 쓴다.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다.
4.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고 진정성을 확보하라.
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작성하라.
6.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
7.글은 자연스럽게 쓰되, 인위적으로 고치려 하지 마라.
8.중언부언하지 말라.
9.중요한 것은 앞에 배치하라.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라.
10.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하라.
11. 같은 메시지는 한 곳으로 응집력 있게 몰아서 배치하라.
12.글의 논리가 기본이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 것도 아니다.
13.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한다.
14.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을 지양하라.
그런데 이런 글쓰기를 따라하지 않고, 쉬운 말을 복잡하게 그리고 되도록 문장을 길게 쓰며, 그래서 군더더기가 자꾸 붙어서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
앞에서 말한 좋은 글쓰기의 요령처럼 쓰고 싶은 생각은 적어도 없고, 그와 반대되는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고, 꼭 그래야만 하는지에 관해서는, 꼭 이래야 하는 이유가 내게 숨어있는 것 같고, 그럴만한 이유는 그래야만 글을 쓰는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고, 글이라면 그런 재미쯤은 있어도 좋을 것 같고, 오히려 좋은 글의 요건을 모두 갖춘 글은 슈트차림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편하고, 불편한 기분으로 글을 쓰는 것은 글을 쓰는 내 나름의 취지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 같고, 남들과 똑같은 형식과 방법으로 문장을 완성시키는 방식은 별 의미없는 노동인 것 같고, 노동은 누구에게나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므로 굳이 해야할 명분을 찾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추가시켜 자신을 합리화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이유를 찾자면 더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많은 이유가 있다고해서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아서 그만 두고 싶어졌고, 그만 둔다고 해서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충분하다고 생각한 생각은 늘 충분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을 거 같은 불안감과 초조함이 있어서 인 것 같았고, 불안과 초조는 늘 왜 같이 따라다니는지 그 까닭을 알리 없지만, 그 둘은 함께 해야 서로 의리를 지키는 것 같아 보였고, 어차피 단순하게 단문으로 잘라 말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 때문이라도 한문장안에 한가지 사실만을 언급할 수 없는 한계가 분명해 보였고, 억지로 단정짓듯 한문장에 한가지 사실을 집어넣으려할 때 오히려 불안과 초조는 더 확대되리라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해 보였고, 따라서 같은 메시지를 한 곳으로 몰아 응집력 있게 배치하는 짓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토록 하려는 무리가 되는 일로 보였고, 그래도 한가지만은 지킬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이전에 한말과 일관성을 유지시키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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