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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정영문 <하품> 을 네번째 읽고

by soodiem 2023. 9. 21.

정영문 <하품>이란 소설은 초기작 <겨우 존재하는 인간>, 그리고 <검은 이야기 사슬> 다음으로 세번째 작품으로 기억한다. 

 <겨우 존재하는 인간> 은 장편이라 하기에는 길지 않고 중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긴 소설이다. 반면에 <검은이야기 사슬>은 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글이라서 '이게 소설?'이라고 하는 반응이 나오기가 쉽다. 

 아직까지도 이게 소설집이라고 타이틀을 붙인 것이 출판사의 의도인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소 갸우뚱하다. 

 세번째 작품인 <하품>은 1999년에 출간됐다. 

비교적 최근(2017년)에 2판이 출간됐는데 초판과 다른 점은 작가의 사진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표지 그림에서 낙타가 사라졌다. 

왜 낙타 그림을 넣었을까 생각하게 했던 이미지였는데,  소설속에서는 인물들이 낙타, 타조, 코끼리를 말하지만 말로만 언급하지 소설속에서 실체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품>이란 소설이 그런식이다.

두 인물만이 등장하며, 두 인물이 주고 받는 대화로 소설이 흘러간다. 

이미 세상에는 이런 소설이 있었다. 

사뮈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다. 

읽어보면 이 책보다  <하품>이 더 고약하다. 

별 의미없는 대화를 서로 주고받으며, 혹은 일방적으로 중얼거린다.  마치 이런 글쓰기는 작가에게 주어진 원고 분량를 채우기 위해서 그러는 것처럼  말을 일부러 지어내는 것 같이 느껴진다.

대게 작위적인 글쓰기라는 점이 든다. 

 벌써 이 책을 네번째 읽는다. 

책 두께도 얇아서 쉬엄쉬엄 읽어도 이틀이면 다 읽는다. 

정영문의 다른 책들도 두번 이상씩은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하품이 일어나곤 한다. 

그런데 오히려 <하품>이란 소설은 하품이 나오지 않는다. 

지루한 묘사의 표현이 적고, 두 인물의 대화가 대부분이라서 심심하지는 않다. 

<하품>이란 소설은 나중에 <중얼거리다>(2002)로 계보가 이어진다. 

연극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면에서 형식이 비슷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하염없이 중얼거리며 망상하고 있다는 것도 변함이 없다. 

이를테면 정영문 작가의 일관성있는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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