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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125쪽~129쪽까지 읽고

by soodiem 2023. 3. 3.

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125쪽~129쪽까지 읽고

이번에는 125쪽부터129쪽까지 읽고 난 후에 잠시 쉼을 두고자 소설 속의 일부 내용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읽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올바른 대우, 혹은 대처법이 아니므로. 

"학술적인 가치는 전혀 혹은 거의 찾을 수 없어 어떤 학술지에도 실어주지 않는 그런 것을 소설에는 쓸 수 있었는데, 소설의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해도 된다는 것이었는데, 태생 자체가 그다지 고상하지 않은 소설에서는 다른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실패의 경험과 누구에게도 하기 어려운 말과 누구에게서도 듣고 싶지 않은 말과 과도한  생각과, 근거 없거나 비논리적인 가설과 추론과 주장과 결론과 결론의 번복을, 그것들을 뒷받침하거나 하지 않는 또다른 근거 없거나 비논리적인 가설과 추론과 주장과 결론과 결론의 번복을, 그리고 말이 되거 어려운 말과 말이 되다가 마는 말과 말이 안되는 말과 말이 되었다가 안 되기도 하는 말과 언제까지나 말이  안 될 말과, 모순과 자가당착과 과장과, 언어의 남용과 오용과 허비를, 누가 그것에 대해 말을 하더라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는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게나 할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 말고는 소설의 좋은 점을 찾기 어려웠다."

- 소설의 좋은 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이번의 글은 전형적인 현대 소설을 비판하는 작가의 생각이다. 

"~19세기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19세기 소설을, 20세기 소설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낙화하고 시든 후에도, 20세기 소설들보다도 더 깊게 뿌리를 내려 끈질기게 살아남은, 서사가 있는 소설인 19세기 소설을 쓴다는 것~~"

 "~~소설에 대해 생각할 때면 ~ 오랫동안 이 모양 이 꼴일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 역시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이 모양 이 꼴일 거라고 생각되었는데, 그럴 때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이상하게도 슬픈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때로는 그것 이상으로 슬픈 일은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문단에 정영문 작가처럼 쓰는 작가가 늘어나게 된다면, 이것 역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소설이 무슨 학문을 대하듯이 해석과 주석이 따르게 될 경우, 소설의 존망은 매우 위태로워질 수 있다.

순수문학이 갈수록 외면받는 시대임을 감안한다면, 이런 사태는 소설에게서 산소호흡기마저 떼어내는 파국을 일어나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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