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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

일기예보3

by soodiem 2021. 6. 28.

  오늘 오후에는 정말 소나기가 소나기답게, 소나기 다운 면모를 잃지 않고서 힘차게 쏟아졌다.  

양동이로 퍼붓는다는 말이 맞게. 

잔뜩 새까만 먹구름이 땅을 향해 중력의 속도로 추락하는 것 같은 위세였다. 

 쏴아아악. (정확히는 이런 소리는 아니다.)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어도 소나기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주변의 소음은 당연히 묻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아스팔트, 흙, 지붕 등에 내려 꽂는 소리는 

가슴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기분도 슬슬 풀린다.   

 오늘은 일기예보가 맞았다. 

그러나 우산은 필요하지 않았다. 

우산을 받고 나갈 일이 없었다. 

소나기한테 약오르는 일이 될테지만, 나는 창문을 빼꼼히 열고 고개를 내밀어 소나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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