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길위에서, 1991
차가워지는 겨울 바람 사이로 난 거리에 서 있었네
크고 작은 길들이 만나는 곳 나의 길도 있으리라 여겼지
생각에 잠겨 한참을 걸어가다 나의 눈에 비친 세상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었지
무엇을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것이 나의 첫 깨어남이었지
난 후회하지 않아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주 먼 훗날까지도 난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가려 하던 처음 그 순간처럼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
차가운 겨울 바람은 마치 가혹한 인생의 채찍질과 같다.(︶^︶)
남들이 가는 길을 가지 않고자 하는 결심이 설 때 따라오는 두려움의 크기는 무엇에 비하랴.
여기 저기 후려쳐맞는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이다.
피가 낭자할 정도로 얻어 터진 뒤 가까스로 기사회생이라도 해야 다음의 일을 모색할 수 있다.
이 노래의 가사의 '차가워지는 겨울 바람'은 그런 바람이다.
그러고 나서야 크고 작은 길들이 모여드는 곳에 나의 길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소년시절에는 그런 소망이라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 모진 애를 쓴다.
그러나 그곳에 나의 길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상했던 대로다.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해봤자다.
이 세상은 교실안에서 배웠던 교과서적인 일들이 술술 자연스럽게 풀리지 않는 곳이다.
아름답기는 커녕 사회는 추악하고 인간들은 사악스럽다.
무엇을 해야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세상이다.
모범적인 정답은 혼탁해지고,
그에 대한 대답은 어느 누구에게서도 들을 수 없다.
이런 처지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는 내 안에서 수줍게 외치는 내 목소리다.
작고 약해보이지만, 그것은 나의 첫 깨달음인 것만큼 나의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나 자신에게 말하는 내 목소리에 집중하여 본다.
내 결심에 후회하지 않노라고.
물론 아쉬움이 남겠지.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아.
나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던 그 순간부터 나는 부끄럽지 않아.
오히려 당당하게 내 길을 걸어갈거야, 라고 말하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 는 누구일까에 대한 의문은 너무나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자신이다. 이 앨범 자킷의 타이틀에 <Myself> 이라고 아예 못을 박지 않았던가.
끝없이 뻗은 길의 저편을 보면 앞이 막막할 지경에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인데,
그 두려움의 크기가 커질수록, 오히려 세상을 상대로 독한 오기(독기)가 생긴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를 구분 짓는 세상을 향해 적대적으로 분노한다.
그 분노의 힘은 N.EX.T 밴드를 결성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팀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음악의 도전으로 피어난다.
<계속>
다음 곡으로는 넥스트의 싱글앨범인, -아마도 넥스트의 유일한 싱글앨범이 아니지 않을까- 싱글인데도 정규앨범 못지 않은 무게감을 지닌 Here, I stand for you.를 써볼까 한다.
과연 이 곡에 대해 나는 무슨 말을 쓸 수 있을지, 나로서도 궁금하다.
이 곡의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 말로 풀어쓸지,
옛일을 추억하면서,
아니 정확한 표현은 소회하듯이 기억을 더듬으며,
옛 감정을 되살릴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기대가 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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