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듣게 될 노래는 신해철 솔로 2집 앨범중 <50년 후의 내 모습>이란 곡이다.
솔로 2집 myself 앨범중에서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는 곡중 하나인데,
그중에 왕중왕을 가리자면 <길위에서> 이다.
그 다음으로 서러워 할 수 있는 <50년 후의 내모습>.
노래 제목도 묵직하다.
50년 후의 내 모습이라니.
누구나 소싯적에 한번 이상으로 해 봤음직한 고민의 주제다.
나이들면 뭐하며 살고 있을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이런 화두로 시작되는 인생의 고민은
마냥 시간낭비만은 아닌 것이,
조금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는 자신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혹은 자기가 하는 일이 세간에 좌충우돌 흔들리는 경우가 있겠지만,
어쨌든간에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는 의욕을 다짐으로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잡설은 접어두고 얼른 음악부터 들어보자.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일들 50년 후의 내 모습
주름진 얼굴과 하얗게 센 머리칼 아마 피할 순 없겠지
강철과 벽돌의 차가운 도시 속에 구부정한 내 뒷모습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더 적을 그때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월에 떠다니고 있을까
노후연금 사회보장 아마 편할 수도 있겠지만
I SEE AN OLD MAN SITTING ON THE BENCH
MAYBE HE'S CRYING CAUSE HE'S DYING
HE'S GOT A CIGARETTE BURNED LIKE REST OF HIS LIFE
I TRY TO REMEMBER WHO HE IS
HE IS ME
I SEE MY FUTURE NOW
HE'S GOT NO FAMILY NOT EVEN WIFE AND A CHILD
I'M SO CONFUSED I WISH IT'S ONLY DREAM
I HEAR THE NATURE I FEAR MY FUTURE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월에 떠다니고 있을까
노후연금 사회보장 아마 편할 수도 있겠지만
벤치에 앉아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긴 정말 싫어
하루하루 지나가도 오히려 길어지는 시간들
시작부터 장중하다.
신디의 디스토피아적 느낌을 주는 리듬과 징소리 같은 심벌 소리로 경계심을 극도화 한다.
그러나 드럼이 끼어들면서 다소 경쾌한 비트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경계심을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긴장감은 지속된다.
그 긴장은 미디가 이끈다.
그러다 굵직한 보컬이 등장한다.
그 목소리는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마치 니체의 육성처럼 들린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는 일들......'
50년 후면 누구랄 것도 없이 거의 대부분은 중년을 지나 있을 것이다. 누구는 중년도 훌쩍 지나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머리칼은 하얗게 되어 있거나, 어떤 이는 머리가 벗겨져 있을 수 있겠고, 이미 노화가 진행된 피부에는 굵은 주름이 져 있을 것이다.
젊었을 적, 흔히 리즈 시절이라고 부르던 그 때하고는 외모상 너무나 달라져 있다.
한때 잘 나갔던 그 시절이 있었다면 그 때는 추억으로만 존재한다. 그 추억마저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중요한 사실은 어느 누구도 당신을 거들떠 보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당신은 강철과 회색빛 빌딩 숲 속에서 살 가능성이 높다.
노인이라고 해서 도시를 벗어나면 개고생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평생 살이 뭉개지고 뼈가 닳도록 일했던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매연을 들이마시며 어깨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도시의 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노인은 마땅히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하는 법이라도 있다는 듯이,
당신의 동료들은 하루 중 고정된 시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원으로 모여든다.
당신이나 동료들이나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더 적은 인생들이다.
그래도 노후연금이라도 있으면 비빌 언덕이라도 있는 셈인데,
그마저도 없는 당신의 어느 동료는 사정이 딱할 수도 있겠다.
개인들 사정은 각자 살아온 인생의 스토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신과 당신의 동료는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거 없이 벤치에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낸다.
노닥거리는 일이 고작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유희거리다.
어느 때는 벤치에 앉아 울고 있고, 그러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며 내 남은 인생의 나머지를 태우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모든 그림들은 내가 나이가 들면 상상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런 그림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제발 꿈이기를 바란다.
꿈으로만 볼 수 있는 장면일 뿐, 실제 내 50년 뒤의 모습은 이와는 다른 모습일거라며 고개를 흔든다.
랩 부분에서 마지막으로 I fear my future. 라고 말한다.
여전히 안개속 같은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개가 걷히면 미래가 좀 보일려나...
신해철 솔로앨범 마지막 타이틀곡인 <길위에서>라는 곡에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하고 있다.
다음에는 <길위에서>란 곡을 들고 찾아오겠다. 그래야 스토리가 이어지는 것 같으니.
'책, 그림, 음악 에세이 > 음악이 있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Bjornskov - Paralyze (0) | 2023.02.10 |
---|---|
신해철 - 길위에서 (2) | 2023.01.31 |
Matt Wertz - Gun Shy (0) | 2023.01.11 |
Before you exit - Three Perfect Days (0) | 2023.01.04 |
Jp Cooper - Too Close (0) | 2022.1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