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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by soodiem 2021. 5. 10.

무라카미 하루키, <일인칭 단수>, 문학동네, 2020

<일인칭 단수>는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집이다.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예전과 같은 소설을 쓰기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의 소설에서는 그의 나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여전히 문학적 상상력과 그만의 문장력이 소설속에 녹아져있다. 

아직까지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 소설집이다. 

어쩌면 집에서 쉬며 노년을 편하게 보낼 수도 있는데, 절필을 하지 않고 꾸준히 집필하는 집념을 보이는 태도에 있어서는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이 소설집에서는 그중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지방의 오래되어 허름한 료칸에서 하룻밤을 묵게되는데, 난데없이 온천탕에 료칸의 직원으로 보이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그 원숭이는 인간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인간처럼 말을 한다. 

그야말로 원숭이 탈을 쓴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때도 밀어주고 타월도 건네준다. 그리고 밤늦도록 맥주를 나눠 마시며 원숭이의 고백을 듣게된다. 

원숭이의 고백중 원숭이가 인간(여인)에 대한 연정을 푸는 자신의 방법(상대의 이름을 훔친다)을 얘기해준다. 

그후 5년의 세월이 지나 어느 호텔의 라운지에서 소설속의 '나'는 여행잡지의 여성편집자와 미팅 자리를 갖게 된다. 

그런데 여성편집자는 원숭이가 말한 것과 같이 자신의 이름을 종종 잊어버리고 심지어 자신의 존재가 인식되지 않는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혹시 원숭이가 그녀의 이름을 훔치고 궁극의 연애와 궁극의 고독을 지내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품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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