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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그림이 있는 에세이

글쓰기

by soodiem 2021. 7. 15.

 예전부터 사람들이 읽기 시작하자마자 짜증을 유발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말장난 같은 아니 글장난으로 유치한 짓을 하고 싶은 생각에 매료되어 깊이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짓궂은 장난으로 가장 택하기 쉬운 방법은 한자를 섞어 쓰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글이다.

 平凡한 午後였다.  이 時間은 무언가를 하기에는 한 것이 없다. 元來부터 事物에 대한 慧眼이 없는 나로서는 일의 選擇에 있어서도 賢明한 判斷을 내려 決定을 내린 적이 없었다. 凄凉한 模樣으로 冊床 위에 올려져 있는 電話機에 손을 뻗는다.  唯一하게 番號를  외우고 있는 女子 親舊에게 電話를 건다.

우리가 쓰는 말에 한자어가 많은 걸 악용한 사례다.

한자를 훈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발생하여 이런 글 따위에 시선을 놔두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자어에 외래어를 섞으면 더 심난한 글이 된다.

예를 들어본다.

 平凡한 午後에 런치 타임을 집 近處의 작은 타베르나에서 女子 親舊를 불러 함께 먹었다.  女子 親舊는 지난 週末에 내가 사준 원피스를 입고 왔다.  슬리브에 러플 裝飾이 들어가 있고 트로피컬한 플로럴 이미지가 프린팅 되어 있는 예쁜 스커트였다. 나는 이 스커트처럼 플로럴 무늬가 작은 사이즈로 올오버가 된 스타일을 좋아하였는데 스커트의 디자인이 A字型에다 밑단이 優雅하게 너울거리는 플레어 타입은 더욱 視線을 빼앗겼다.   

이 정도면 단 몇 줄만에 책을 집어던지거나 만약 모니터화면이라면 몇 초도 안되어 닫아버릴지 모른다.

이런 글은 분명 독자를 약올리는 짓이다. 다른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이런 유혹을 자주 겪는다.

굳이 한자어, 외래어가 섞여있지 않는데도, 가독하기 어려운 글을 구상하려는 저의가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숨어있다.

 지루해지기 시작한 어느 평범한 한낮의 오후에 여자 친구를 불러 동네의 유명하지 않은, 어쩌면 동네에서 맛이 없기로 정평이 나서 식사때마다 파리가 날리며 손님을 내쫓고 있는, 동네의 작은 타베르나에서- 소위 쉐프가 자신있게 만들어 내놓는다는 파스타의 한 종류를 주문하여 맛없게 먹고 있었다. 이 날 여자친구는 주말에 같이 갔던 백화점에서 내가 사준 스커트를 나 보란듯이 입고 왔는데, 백화점에서 봤을 때도 예뻤지만 여자친구의 몸에 걸친 스커트는 더욱 예뻐보였다. 소매에 장식된 러플 장식이 소소하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었고, 열대지방의 꽃 무늬를 실제보다 더 작게 프린팅된 이미지가 스커트 전체에 올오버된 게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여자 친구의 허리라인 실루엣을 살려주고 있는 A자형 스커트는 밑단에서 우아하게 너울거렸는데, 이런 플레어 타입의 스타일리쉬한 스커트는 페미닌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조금은 순화해서 썼지만, 뭐 이 정도면 말 다했지요.

설마 여기까지 읽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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