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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M의 인간의 본질 탐색, 시작과 끝

by soodiem 2022. 8. 11.

CROM의 인간의 본질 탐색, 시작과 끝 


 본문의 CROM은 1998년 CROM's Techno works에서 시작하여 2002년 베스트 앨범까지 사용한 것으로 신해철 본인을 가리킨다. 

 인간의 본질을 탐색하고 삶을 성찰하는 시선이 음악으로 녹아내린 첫번째 곡은 무한궤도 1집 <우리앞의 생이 끝나갈 때>으로 대장정의 철학적 사변이 발단된다. 삶에 대한 질문 중 '왜 사는가'의 집요한 물음은 누구에게나 따라붙는, 현재에서 더 살아야 한다면 꼭 풀어야 할 중요한 명제다. (당시 CROM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22세였다.)

죽느냐,  사느냐의 양분법에서 결국 더 살아야겠다, 를 선택하는 순간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에 대한 숙제가 시작되며 그에 대한 대답을 듣고자 제2의 질문이 이어진다. 

제2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신해철 솔로 2집 <My self>앨범중 <나에게 쓰는 편지>,<길 위에서> 두 곡에서 잘 드러난다. (당시 CROM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24세였다.)

자신이 선택한 음악이 세상의 불안과 합류하여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밀어넣었지만, 그럴수록 확신이 드는 것은 계속 음악을 해야한다는 전제이다. 자신의 정체성은 음악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철옹성으로 다져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고 어떻게 보면 왕좌의 자리까지 올라섰지만, 허전한 마음과 허탈한 심정이 여전히 존재하고, 완성이란 꿈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그래서 인간은 한없이 그렇게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좌절감에 고독과 증오심이 불타오른다. 

그런 감정들은 N.EX.T 2집 <The Being> 앨범중 <The Dreamer>,<The Ocean> 에서 간절하게 전해진다. (당시 CROM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27세였다.)

그러다 <The Being>앨범에서 드러났던  완성의 꿈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자 나타나게 된 삶의 좌절감이 극에 달하게 되는데 1996년에 발표한 신해철 3집 솔로<정글스토리>앨범중 <절망에 관하여>란 곡에서 보여주듯 더 처절하게 삶의 이유를 잃고 비틀거리게 된다. 

그러나 어찌됐든 사는 날까지 늙고 병들어 끝까지 살겠다, 는 의연하다 못해  초연한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당시 CROM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29세였다.)

어쩌면 이 시기가 세상의 방황과 자기 번뇌가 절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3년이 지나 신해철 개인 작업으로 제작된 <Homemade Cookies> 앨범에서 DISC 마지막곡 <민물장어의 꿈>을 발표한다.

<민물장어의 꿈>에서는 그토록 오랫동안 붙잡고 놓아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질문들과 의문들, 또한 자신이 걸어왔던 그리고 앞으로 걸어가야할 길에 대해 지겹게 따라붙던 욕심과 두려움에 대해 처연하지만 단호한 해답을 얻은 듯 하다. (당시 CROM의 나이는 한국나이로 32세였다.)

태연하면서도 의연하게,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정신적인 성숙은 이렇듯 세상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자신과 화해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스스로 자신을 다듬는 과정에 이루어진다. 

<우리앞의 생이 끝나갈 때>로 시작하여 <민물장어의 꿈>으로 끝나는 일련의 과정들은 숱한 고민과 실망속에서도 희망과 의미를 찾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열정을 보여준다. 

비록 민물장어의 꿈은 강들이 모여드는 바다로 가는 긴 여행을 못내 끝내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게는 그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은 1996년,  영화 OST 로 제작된 <정글스토리> 앨범중 <절망에 관하여>를 선택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진지한 음악이어서 나중에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볼까 생각중이다. 그 대신에 같은 앨범에 실린 <70년대에 바침> 곡을  선정했다. 이 역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지만 경쾌한 리듬이 중반부터 흘러나오기 때문에 기분전환을 하는데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성 싶다. 그러나 후반부부터는 다시 심각해지는데 암울한 시대상이 그대로 전염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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