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199쪽 까지 읽고
지난 3월 20일에 163쪽까지 읽었으니, 199쪽까지 30여쪽을 읽는데 석달이 걸린 셈이다.
한달이면 한권의 책을 읽는데 있어 절대 모자르지 않을 시간인데,
불과 30여쪽을 석달에 걸쳐 읽은 까닭은 어떤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어서일까.
주변을 정리하고, 정진하는 마음가짐과 수양한다는 태도로 읽게 되면 앉은자리에서 2쪽은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읽는데 정신수양을 고무하는 자세로 읽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2쪽이라니?
읽어보면 안다. 2쪽이면 문장 2개 정도를 읽은 셈인데 한문장을 읽는데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처음으로 돌아가거나 중간에 다시 돌아가서 몇 번을 거쳐 읽어야 한다.
읽다보면 잡념이 끼어들어 문장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를 휘발하게 하거나, 어떤 경우에는 전혀 소설과 연결되지 않는 엉뚱한 상상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이를테면 갑자기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다던가, 오늘 저녁 야구경기의 결과를 예측한다던가 하는 소설에서 얘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없는, 말그대로 잡념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그러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서 읽을 수밖에 없고, 때에 따라서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두번, 세번 등의 횟수가 약간의 조정이 생겨난다.
그런데 소설을 읽는데, 꼭 그래야하는가?
기계적으로 읽으면 한번 슬쩍 봐도 무방하다.
읽다가 딴 생각이 들어서 앞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잊어버렸다해서 문제될 게 없다.
다음 문장을 만났을 때 그 문장만 제대로 읽어도 된다.
어차피 이 소설은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자는 게 아니니까.
한개의 문장이 여러 상황을, 여러 복잡한 심리를 집요하게 설명하고 있으니까.
그 집요함이 자폐 성향의 일종으로서 자신의 성격을 이런 글쓰기로 표출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와, 작가와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면 안되겠지만, 그런 느낌을 뿌리치기란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가의 소설들의 성향들을 보면 매우 흡사하고 일관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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