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
검은 개가 주인으로 보이는 한 사내와 함께 있다.
개 주인은 한껏 목을 위로 내밀며 뽐내고 있다.
자신만만한 포즈다.
검은 개는 그냥 주인 옆에 앉아있다.
너무 검어서 표정이 읽히지 않는다.
원래 개는 눈 흰자가 적어서 기분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개의 한쪽 눈은 오늘따라 주인이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듯하다.
개 주인은 한 손에 담배 파이프를 들고 있다.
멋이란 멋은 다 동원하였다.
등 뒤로는 잘 읽지 않을 것 같은 두터운 책까지 놓여있다.
그 당시의 상류층은 책과 담배를 가까이 했을 터이니 이런 소품들을 준비해놓았을 것이다.
그리고 검은 푸들로 보이는 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귀족의 집 마당에 애완견으로 키웠을만한 품종이다.
이런 다양한 소품들과 그림 속 사내의 폼을 보았을 때, 낭만주의 경향의 그림으로 보인다.
낭만주의는 리얼한 현실 보다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린다.
힘든 현실에 있을 때 누구나 이상적인 현실을 그려볼 수 있다.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조금은 사치를 부리며 현실을 잊고 싶은 충동은 있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막아서는 건 옳지 않다.
귀스타브 쿠르베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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