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일기장 한쪽1 헤르만 헤세 -일기장 한쪽 헤르만 헤세 -일기장 한쪽 집 뒤 언덕진 곳에 오늘 나는 뒤엉킨 뿌리들과 자갈이 많은 땅을 파헤쳐 구덩이를 하나 깊숙이 팠다. 그 구덩이로부터 돌을 하나하나 골라냈고 메말라 푸석거리는 흙도 파냈다. 그러고는 한 시간 동안 그 오래된 숲 속의 여기저기에 무릎을 꿇고 손에 삽을 들고 썩은 밤나무 밑둥치에서 그 검고 버슬버슬하고 따뜻한 버섯 냄새가 나는 흙을 파내 두 양동이에 가득 담아 옮겼다. 그리고 그 구덩이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나무 주위를 이탄질의 흙으로 잘 감싸주었고, 햇빛에 따뜻해진 물을 살살 부어 뿌리를 씻어주고 진흙으로 부드럽게 메워주었다. 작고 어린 나무는 거기 서 있다, 앞으로도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다 사라진 뒤에도, 우리가 사는 날들의 소란스런 위대함과 끊임없는 고난과 그 .. 2021. 12. 9. 이전 1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