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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글2

H에게 잘 지내고 있지? 여름이 멋진 것은 하늘 때문 인 것 같아. 파란 하늘에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들을 보고 있으면 계절이 여름이란 걸 실감하게 돼. 여름은 내가 싫어하는 계절 중 하나지만, 하늘과 구름을 보고 있으면 마냥 싫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것 같아. 여름의 더위가 조금은 용서가 되고, 꼭 그렇게 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정말 여름에 구름이 없었다면, 여름을 보내기 너무 어려웠을 거야. 나만큼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헤르만 헤세 정도가 아닐지 몰라. 헤세는 일찍이 구름을 보고 이렇게 말했지. "구름은 마치 갓 태어난 생명처럼 감미롭고 부드러우며 평화롭다. 그것은 아름답고 풍요롭고 마치 착한 천사들처럼 너그럽다." 마냥 구름이 착한 천사들처럼 너그럽지만은 않지만, 한가롭고 한적.. 2022. 8. 7.
J에게 잘 지내고 있지? 나는 예전과 같이 별다른 계획에서 빚어지는 어떤 일들의 상황을 겪지 않고, 어쩌면 평화로움의 극한 일상 속에서 그윽하게 편안하다 못해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 그런데 오늘은 잘 쳐다보지 않는 거울을 마주하게 되었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어. 거울 속의 한 사내의 머리는 어느새 하얀 머리칼이 늘어 보였고, 곧 머지않아 하얀 머리칼로 머리를 덮어버릴 것처럼 보였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탈모가 아니라는 점이었어. 부모로 부터 물러받은 것중 좋은 것이라고는 몇 군데 없는데, 나이가 들면서 갈수록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머리칼이 두피에 잘 붙어있다는 사실이지. 어쩌면 가장 감사해야할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점점 나이가.. 2022.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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