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1 안개 길을 걷고 있었지. 내 발걸음은 마치 발주인의 기분따윈 상관하지 않고 신바람이 난 것처럼 앞사람들을 막 제끼며 어디론가 나를 데리고 다녔어. 나는 내 발걸음이 하는데로 내버려두었어. 내 발따위가 나를 어떻게 할지 두고보고 싶었어. 나를 수렁같은 곳에 데려간다해도 내 발걸음에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런 내가 방귀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도저히 빨라지지 않는 몸체인데도, 있는 힘껏 다해 달려가려는 방귀차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이 그런 생각을 들게하였어. 나는 발걸음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상체때문에 몹시 불편하기도 했어. 뒤로만 제껴지는 바람에 내 발걸음이 상당히 애를 먹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까지 들었어. 조금이라도 발걸음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 육상선수들처럼 팔을 앞뒤로 휘저.. 2020. 4. 24. 이전 1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