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그저 걷고 있는거지>, 1996
난 한 번쯤은 저 산을 넘고 싶었어.
그 위에 서면 모든게 보일 줄 알았었지.
하지만 난 별다른 이유 없어.
그저 걷고 있는 거지.
해는 이제 곧 저물 테고
꽃다발 가득한 세상의 환상도 오래 전 버렸으니
또 가끔씩은 굴러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난 아직 이렇게 걷고 있어.
산을 넘고 싶었지.
못넘을 이유란게 없었지.
마음만 먹으면 그까짓 것쯤은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지.
그러나 나이를 먹을 수록 그게 아니었어.
한번은 산에 올라와 보니, 세상은 끝도 없이 산들이 이어져 있었고 내가 오른 산은 참으로 보잘 것이 없었던거야.
해는 서녘 지평선 밑으로 꺼져가고,
젊은 날 품었던 희망과 열정 역시 식어갈 때
나는 아무런 까닭 없이 초라해진 나를 뒤로하고 그저 걷고 싶어졌어.
길을 가다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중요한 건 내가 이렇게 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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