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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by soodiem 2023. 1. 4.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 

페루에 거의 다 가서 죽는다, 는 말이 맞겠다. 

철새들은 먼 여행을 때가 되면 떠난다. 

그런 계절이 돌아오면 철새들은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찾아갔던 곳을 다시 돌아간다. 

해마다 겪는 일이다. 살기 위해 떠난 곳이다. 

죽기 위해 떠난 장소는 애당초 아니다. 

그러나 살기 위해 떠난  그 곳에 죽는다, 는 것은 

죽을만하니까 죽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해마다 찾아간 곳이지만, 지치고 힘이 빠지면 그곳에 죽게 되는 것이다. 

이상할 게 없다. 

얼마나 자연스런 일인가. 

죽음은 자연스런 것이다. 

그러나, 그런 죽음이 아니라면. 

희망을 버리고 죽음을 선택하는 일은 비단 사람만이 갖는 자유결정권이 아니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노루도 그밖에 많은 동물들도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기 결정을 내릴 때가 있다. 

그런데도 세상의 끝간데까지 가서 죽기로 결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의 단서를 찾을 수만 있다면 죽음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생의 미련은 지극히 인간적인 뒷모습이다. 

누구나 죽고 싶어서 죽지는 않는다.

죽을만 하니까 죽는다. 

죽음보다 강렬한 게 있다면 기꺼이 죽음은 그 상대에 꺾인다. 

이것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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