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찬스 <카페에 앉아>
카페 빈자리에 앉아
눈을 굴려 실내를 훑어본 뒤
찻잔에 입을 갖다댄 후
시선을 그나마 잡아끈 대상에
다시 한번 눈길을 주고는
금방 시선을 거두고
두손으로 찻잔을 감싸며
어떤 감상에 젖는 듯한
기분을 느끼다 접어두고
카페 안을 떠도는 음악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치 아는 멜로디라도 되는 것처럼
흥얼거리다가
몇 초도 못가 그만두고
옆자리에서 크게 떠드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엿듣게 되는데
시시껄렁한 주제에 꼴답잖게 흥분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싫증이 몰려오고
언제 비웠는지 찻잔 안은 바닥이 보이는데
내 인내심마저 바닥이 난 것처럼 여겨졌고
그럴 때마다 하는 수 없이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깊은 산 속 암자에서 수행하는 불자들처럼
깊은 침묵 속으로 파고드는데
얼마나 깊게 들어가는지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스스로는 빠져나오기 힘든 지경까지 빠져가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보기에 그럴 듯 할 것 같고,
사실 누가 보더라도 보기에 좋지 않을 것 같긴 했지만
간혹 눈알이 뒤집히면 보기에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눈알을 다시 굴려보는데,
카페 안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멜로디가 흐르고 있었고, 별거 아닌 일에 감정을 드러내고 떠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여전하여
깊은 내면의 침묵과 다른 외부의 소란에 그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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