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Here, I stand for you.>, 1997
*
Promise, Devotion, Destiny, Eternity and Love
I still believe in these words
Forever...
난 바보처럼 요즘 세상에도
운명이라는 말을 믿어
그저 지쳐서 필요로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기는 싫어
하지만 익숙해진 이 고독과
똑같은 일상도 한 해 또 한 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
등불을 들고 여기 서 있을께
먼 곳에서라도 나를 찾아와
인파 속에 날 지나칠 때
단 한 번만 내 눈을 바라봐
난 너를 알아 볼 수 있어 단 한 순간에
Cause Here, I stand for you
난 나를 지켜가겠어 언젠간 만날 너를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며 너의 자릴 마련하겠어
하지만 기다림에 늙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어서 나타나줘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낱말들을 난 아직 믿습니다.
영원히
https://youtu.be/Gq9xGPVPwMQ?si=0po-7iBjPF8gpz5f
* *
몇 년전부터 이 노래를 갖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별한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특별하지는 않더라도 한 사람의 청춘을 겪고 보내면서 이 노래와 어울릴법한 스토리를 적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분, 어떤 감상, 이런 것들을 비롯한 어떤 감회를 풀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몇 년의 해가 지나갔지만 쉽게 쓰여지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뭐에 홀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이 곡에 대해 어떤 글도 쓰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비록 처음에는 크지는 않지만 점점 몸집을 늘리며 커져만 갈 것 같았고, 내가 두려움에 잠식되는 것 보다는 기왕 한번 해보자는 용기를 내어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 *
이 곡의 선두에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마치 독백처럼.
독백의 형식이지만, 자기 암시처럼 들린다.
나는 그래야 한다, 식으로. 그래서 다짐으로 까지 들린다.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이 4개의 낱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순수성이다.
순수하지 않으면 지켜내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의 독백은 그가 어렸을 적 부터 품었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지켜내고 싶다는 갈망의 표현일 수 있겠다.
그래서 그의 독백은 아름답고 순수함의 결정체라 비유할만하다.
그런데 그는 그런 자신을 바보라고 말한다.
아직까지도 순수성을 담고 있는 이 4개의 낱말을 믿고 있는 자신을 한심스러워 한다.
남들처럼 가볍게 생각하면 될 것을, 너무 많은 의미를 관계 속에서 찾아내려 한다는 게 요즘 세상에서 가능할 법한 일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나 그는 필요로 만나는 관계와 언제나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 지독한 삶의 염증을 느낀다.
다른 사람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수록 한해 한해가 더욱 힘들어진다.
순수함을 잃고 사는 일상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더욱 더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그는 구렁으로 굴러 떨어지는 자신을 스스로 구제하기 위해 세상과 맞서 싸워 나가기로 결심한다.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순수함을 해치는 것들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그러나 혼자 맞서기에는 힘이 부친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절실하게.
그래서 그 누군가의 자리를 마련해놓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먼 곳에서 오더라도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인파 속에 섞여 지나갈 때 눈길 한번 주면 바로 찾던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단번에 내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운명처럼.
그가 여기 인파 속에 서 있는 이유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날 때 까지 여기에 계속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안하다.
늙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두렵기까지 하다.
기다림이 너무 오래 가지 않게 어서 나타나주기를 바란다.
그는 그와 함께 할 누구를 애타게 기다리며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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