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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음악 에세이/책이 있는 에세이

7. 무라카미 하루키 <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283쪽까지 읽고(완독)

by soodiem 2023. 10. 18.
7. 무라카미 하루키 <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283쪽까지 읽고(완독)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기르던 개와 이별하는 느낌이랄까, 서운함과 섭섭함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나는 하루키와 다르게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하기에 개의 비유가 더 와닿는다.)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모두 완독하고, 그 소회를 적으려 하니 책의 내용보다는 내 감정에 더 치우치게 된다. 감성적인 인간이라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든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유독 하루키의 수필집에서 이런 느낌의 여운이 남는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종이책에서 그런  여운의 감정을  받는다는 것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특이한 케이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종이책에서 어떤 감흥을 얻기란 정말 어려운 시대가 되지 않았나.)

 남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꼭 일상에서 무슨 대단한 깨달음 같은 것을 얻은 것처럼 말하고, 독자에게도 반드시 이런 느낌을 공감해야 돼, 라는 식으로 은연중 설득하려는 태도를 접한다. 

 백퍼 잘못이고 꼰대같은 짓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물론 그런 류의 글들을 찾아 교훈을 얻으려는 독자도 분명 있겠지만, 내 취향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도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하루키의 에세이는 일상에서 접하는 몇 가지의 소재들을 담담하게 감상적으로 옮겨적는다. 

잘난 척, 혼자 아는 척, 자랑하듯이 말하지 않는다. 하루키의 문체는 소박하고 겸손하다. 

  혼자 잘 난듯 큰소리로 말하고 대화를 압도하는 자와 함께 하는 자리는 얼마나 피곤하고 피로한 일인가. 두번 다시는 대화의 상대로 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 화려한 미사여구와 마음에도 없는 말을 꾸며서 말하는 자와 함께 하는 것도 속이 거북스런 일이다.  

진정성이 없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짓이 어떤 의미를 갖기란 애당초 틀린 경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루키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자신을 높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균형있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에세이가 소설 못지 않게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비결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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