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27페이지까지 읽고
이번 소설은 모든 문단을 한 문장으로 구성하려는 시도가 소설의 읽기 어려운 수준을 더 어렵게 만들어 놓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우리말(한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의미가 가능한 수준의 문장을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재기발랄함으로 재창조 되어진 문장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런 한계점은 애당초 작가가 모든 문단을 한 문장으로 쓰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그 이유를 처음부터 몰랐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27페이지까지 읽고 난 느낌은
작가는 시작부터 문장들로 구성된 문단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문장이, 즉 모든 문단이 지루한 루프안에서 겉돌며 맴도는 기분이고,
어쩌면 이것이 반복적인 리듬으로 읽기의 탄력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패턴은 오히려 지겹고 짜증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영문 작가의 이번 소설을 끝까지 읽을테고, 더 나아가 같은 책을 몇 번이나 읽게 될 참인데
이런 혹평을 하는 이유는,
혹평을 받아도 마땅한 이유가 있어서고,
혹평을 받아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이 있어서고,
그 믿음은 마치 제대로 된 혹평이라면 더 반길 것 같았고,
결국은 정영문 작가의 소설이 내게 끼치는 영향력은 아직까지도 건재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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